중국 35

《삼국사기∙고구려본기∙모본왕기》에 나오는 고구려의 상곡, 태원 습격 사건에 대해

《삼국사기∙고구려본기∙모본왕기》에 보면 아래와 같은 기록이 나온다. 2년 봄, 장수를 보내 한의 북평, 어양, 상곡, 태원을 습격하였다. 그러나 요동태수 채동이 은혜와 신의로써 대접하므로 다시 화친하였다. 이는 《후한서∙광무제기》에도 나온다. 단지 행위의 주체자가 고구려가 아닌 요동외요의 맥인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요동외요의 맥인은 고구려 또는 양맥, 소수맥 등이 있다. 아마도 고구려를 중심으로 하는 맥인 연합체의 군사 시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기사의 진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말들이 있지만, 이어지는 《태조왕기》애 요서에 10성을 쌓아 한나라 병사의 침입을 대비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중국 한나라 때 변군邊郡 지배 방식을 생각해보면 이민족 부락과의 잡..

중국 2021.07.25

당권파와 관권파: 중국 정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중국 정치를 바라볼 때, 우리는 중국이 하나의 통일체가 아닌 다양한 의지를 가진 개인들이 하나의 거대한 권력에 의해 불완전한 통합을 이루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중국의 권력구조를 살필 때도 이런 중국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적 주도권과 관련해 중국에는 크게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 ① 중앙정부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고, 중앙정부를 이끄는 당만이 중국 전역을 컨트롤 할 수 있다 (편의상 당권파當權派라 부르자). →중국공산당 내부 당직자, 공청당 단원 등이 이런 생각을 한다(대표적인 인물: 리커창). 이 경우, 행정능력보다는 당내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발언권이 중요하다. 중국의 의사결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내부 토론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

중국 2021.07.14

중화주의와 대한족주의: 중화제국의 민족주의 이중 탄압 구조에 대해

《左傳∙定公十年》:“中國有禮儀之大,故稱夏;有服章之美,謂之華。” [唐]陳黯《華心》:“夫華夷者,辯在乎心。辯心在察其趣向。有生扵中州而行戾乎禮義,是形華而心夷也;生扵夷域而行合乎禮義,是形夷而心華也。” [元]郝經《與宋國兩淮制置使書》:“今日能用士,而能行中國之道,則中國之主也。” [明]太祖《諭中原檄》:“自古帝王臨御天下,皆中國居內以制夷狄,夷狄居外以奉中國,未聞以夷狄居中國而制天下也。……如蒙古、色目,雖非華夏族類,然同生天地之間,有能知禮義,願為臣民者,與中夏之人撫養無異。” [清]世宗《大義覺迷錄》:“自我朝入主中土,君臨天下,幷蒙古極邊諸部落,俱歸版圖,是中國之疆土開拓廣遠,乃中國臣民之大幸,何得尚有華夷中外之分論哉。” 한국 교수들과 기자들의 글을 살펴보다 보면 이들이 예외 없이 “중화주의中華主義(내향적 제국주의)”와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를 혼동하는 ..

중국 2021.07.05

중국식 제국체제와 민간자본과의 관계에 대해

이 글에서 말하는 중화제국이란 ①명나라 홍무제가 과거 원나라 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토대로 확정된 영토(위 지도를 참조하라)를 기반으로 ②통치 이데올로기(한당 이래 경학經學 또는 주자학朱子學일수도 있고, 마르크스-레닌주의일수도 있다)에 대한 합의를 받아들이는 한인漢人과 이민족을 구성원으로 하며, ③구성원 간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국체제를 뜻한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내가 생각하는 제국체제의 흥망성쇠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겠다. 당나라 이후, 중화의 개념은 민족을 뛰어넘는 포괄적 지역 개념으로 자리잡는다(대체로 전성기 당나라의 영역에 들어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은 스스로 중화의 후예를 자처했다). 제국 내부의 종교, 인종, 지역적 요소는 모두 유학儒學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는 ..

중국 2021.07.03

알난하위斡難河衛와 멸호산滅胡山

1369년, 명나라에서 오논강 유목민족들을 지배하기 위해 설치한 위소로 오늘날 몽골공화국 동부 오논강 유역 모처로 추정될 뿐이다. 그러나 타타르의 흥기로 유명무실한 변위로 전략했으나, 1406년 영락제가 오논강에서 타타르 수장 본아실리를 격파한 다음, 칭기즈칸이 일어난 부르한 산 인근 산봉우리 이름을 멸호산, 오논강의 이름을 현명하로 바꾸었다. 1410년, 영락제는 다시금 오논강 유역에서 본아실리 군대를 격파하고, 몽골제부의 사신들을 영접했다. 이때 영락제는 치타강 유역에 걸탑하위를 설치한다(걸탑하위는 중국 역사상 최북단에 설치된 행정구역이다). 이후 1411년 알난하위에서 사절을 보냈다는 것으로 보아 명나라 선덕제가 만리장성 이북 지역에 대한 철군을 결정하기 이전까지 오논강 유역은 명나라의 세력권에 편..

중국 2021.07.03

“아프가니스탄 모델”에 따른 한반도 통일 가능성에 대해

누군가 나에게 언제 한반도 통일이 될 수 있는지 묻는데,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2030년대 이르러 통일의 기회가 한번 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미 통일 기회를 두 번(1992~1993년, 2016~2017년) 정도 놓쳤다. 우리가 놓친 두번의 기회는 모두 북한을 흡수 통일할 수 있는 기회였다. 슬프게도 이제 그런 기회는 오지 않는다. 그리고 2030년대 오는 기회는 거의 마지막일 것인데, 솔직히 우리 국민들이 이 기회를 붙잡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2030년대에 오는 기회를 놓치면 적어도 지금 살아있는 사람 가운데 그 누구도 통일 한국을 경험하지 못하리라 본다. 여기서 나는 다섯 가지를 말하고 싶다. ① 중국이 GDP 1위를 차지하면서 미국..

중국 2021.06.18

명나라 초기 여진족 문제

여진족은 말갈의 후예를 가리키는 말로 발해인과는 구분된다. 발해인은 대체로 목단강과 두만강, 압록강 중상류 유역에 거주하던 말갈, 부여, 고구려인의 후예로 보이는데, 이들은 요나라의 사민 정책에 의해 요서와 요동 지역으로 이주한 상황이었으며, 발해국이 망한 틈을 타서 오락후, 남실위, 흑수말갈 등 수렵민이 목단강, 두만강 유역으로 남하하여 남은 말갈인들과 잡거하게 되는데 이들을 여진족이라 부른다. 이들 중 북류 송화강과 송요평원(과거 부여 땅이다)에 살며 농경-수렵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문명을 영유한 자들을 숙여진이라 부르며, 반대로 동류송화강, 아무르강, 목단강 유역에 살며 어업과 수렵을 병행하는 이들을 생여진이라 부른다. 한때 이들은 중원의 패자였으나, 몽골족에게 격파된 이래 나라를 잃고 몽골제..

중국 2021.05.20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중국 개입설에 대해

내가 최근 들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공산당과 국내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 때문에 탄핵되었다는 주장이었다. 이 이야기는 너무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였기에, 나는 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중국 개입설의 실체를 파보기로 결심했다. 지인들이 공유해준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니 이 중국 개입설은 K연구소 K소장, D일보 L기자 등 극우적 성향의 언론인, 지식인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이나 북한 중심의 코민테른이 존재하는데(일단 여기서부터 웃음이 나왔다), 이들과 한국의 종북 좌파 세력이 연합하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정황증거를 근거로 중국 개입설을 주장했다. ①오키나와에서 박근혜 탄핵 문구가..

중국 2021.05.05

중국의 H형 인구 구조와 차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2021년 4월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전체 인구가 14억 명 밑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4월 30일, 중국 통계국은 성명을 내고 중국 전체 인구가 여전히 성장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의 신생아 출생률은 2010년 인구조사에 비해 10-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올해 2월 중국 정부는 국무원령으로 은퇴 연령 연장(원래 중국 법정 은퇴연령은 55-60세였는데, 이를 60-65세까지 연장했다)을 공시했는데, 이로 보아 중국정부도 슬슬 고령화 사회 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구구조가 중요한 까닭은 중국 경제의 성장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 인구의 구조적 특징을 알기 위..

중국 2021.05.01

중국의 정책결정-행정 이원분화적 정치 메커니즘에 대해

본래 중화제국 체재 하에서는 정책결정권決策權과 행정권은 따로 구분되지 않았다. 비록 승상이 황제에게 정책 결정을 조언할 수 있었지만, 정책결정을 위한 별도 권력 기구를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무제 시기에 이르러 문학시종文學侍從 집단이 출현하게 되는데, 이들은 황제의 정책 결정을 도울 뿐만 아니라, 필요시 지방관 또는 외국 사신으로 파견되어 황제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시간이 흘러 동한 광무제에 이르러 상서대尚書臺(일종의 비서실로 이해하면 된다)가 이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이들이 점차 행정권까지 독점하게 되자, 중화제국의 황제들은 이제 상서성을 견제해기 위해 새로운 권력체제를 구상해야만 했다. 이때 탄생한 것이 그 유명한 삼성육부제三省六部制다. 상서성과 중서성中書省, 문하성門下省의 정치적 ..

중국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