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5

《翰苑》 輯佚本의 史料價值에 대해

장초금의 《翰苑》에 대해서는 여러 이설이 존재한다. 《구당서∙장초금전》에 따르면 그는 장도원의 족자로 이부시랑, 추관상서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翰苑》 30권과 《신계》 3권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미 당나라 때부터 실전되기 시작했던 것을 아닐지 의심된다. 《신당서∙예문지》를 보면 자부 유서 서목에 《翰苑》 7권이 등장하는데, 집부 총부 서목에 또 보면 《翰苑》 30권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혹자는 장초금 동명이인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의 생각을 말하자면 사람 이름이야 같을 수도 있지만 書名까지 같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다만 당대 문인들 가운데 자신이 시 쓰는데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유서를 직접 만드는 일이 흔했다. 예를 들자면 원진의 《원씨류집》 300권, 백거이의 ..

중국 2022.01.26

徐廣 《史記音義》 引文의 誤用 문제에 대하여

오늘 지인의 추천을 받아 아래와 같은 충격적인 동영상을 봤다. https://youtu.be/HG0OYqA23Qw 이 동영상의 제작자는 《사기·하본기》에 인용된 서광徐廣 《사기음의》의 인용문(徐廣曰 海 一作河)을 근거로 고대 중국에서 바다가 하라고 불렸다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일단 서광은 4-5세기 때 사람이다. 사마천과 동시대 인물도 아니고, 사마천 본인과 어떤 혈연 관계가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서광이 사마천의 직계 후손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광이 살던 진나라 때는 강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텍스트의 유실, 필사 과정에서의 오류 등이 심각했고, 이 때문에 가장 권위있는 역사서 중 하나인 《사기》 또한 연문衍文과 탈오자 문제가 존재했다. 《사기음의》는 이 같..

중국 2022.01.25

횡문黌門과 황문簧門으로 보는 문헌학 내공의 중요성

오늘 전남대 남태우 교수가 쓴 《즉자적 음주와 대자적 음주로 보는 술 알레고리》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청나라 때 발간된 《소림광기·황문簧門편》에 소화 한 토막을 소개하여 풍류적 음주문화를 그려보고자 한다. 황문簧門? 저는 당황했습니다. 왜냐면 《소림광기》에 《황문편簧門篇》이라 이름한 텍스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 몰라서 《소림광기》를 읽어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황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횡문黌門을 잘못 읽은 것 아닐까? 남태우 교수가 번역한 이야기는 실제로 《소림광기·부류부·횡문》에 나오는 내용이기는 합니다. 다만 남태우 교수는 번역도 잘못한 것 같습니다. “홍문紅門”은 월경이 아니라 여성의 음부를 뜻합니다. 수재가 아무리 유교 경전에 능통해도..

중국 2022.01.22

공자의 음악: 성균관 아악과 주대 아악의 관계에 대해

예전에 조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조부께서 성균관 제례에 참여하시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들 성균관에서 울려 퍼지는 이 고전적인 음악이야말로 공자의 음악이자, 중국에서 문화대혁명 때 실전된 음악이라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이 같은 생각은 실로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성균관에서 울리는 잘못된 아악을 너무 오래 듣다 보면 공자께서 들으신 음악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나라 때 아악과도 멀어질 수 있다. 오늘날 서울 성균관에서 울려 퍼지는 아악은 공자와 아무런 관련 없는 음악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필자는 공자 시대의 음악과 성균관 음악이 아무런 관련 없음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악부의 구성부터 공자 시대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공자 시대 악부는 대체로 일정 수준 이..

중국 2022.01.21

《〈이훈묘지명〉의 진위 논란에 대해》라는 글을 쓰고 나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辛德勇 선생이 발견한 것 외에 다른 수상한 점이 없는지 찾느라 힘들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다름 아닌 위조품 《이훈묘지명》에 나오는 내용 가운데 근본 없는 글귀들은 대체로 《수당오대묘지회편∙낙양권》에 집중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수상하기는 하지만 심증일 뿐,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말을 아끼겠다. 다만 낙양지역은 예로부터 묘지명 위조품 사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낙양에서 발견되는 묘지명 가운데 절반 이상(8할로 기억하는데 내 기억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은 위조품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위조품 제작상들의 수준도 높고, 위조품 제작자와 상인들, 그리고 관련 업체 사람들이 하나의 카르텔을 이루어 학자들을 속이기에..

중국 2022.01.19

《이훈묘지명》의 진위 논란에 대해

작년 《이훈묘지명》이 발견된 이래 중국과 일본 학계는 둘로 나뉘어 이 묘지명이 위작인지 아닌지를 놓고 다투었다. 대체로 진품설을 주장하는 이는 일본 학계의 금석문 대가 氣賀澤保이며, 위조설을 주장하는 이는 辛德勇 베이징대 교수다(카페에서 공부하다가 마주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키가 작아서 놀랐다). 대체로 지금 분위기를 보면 일본 학계는 똘똘 뭉쳐 진품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진품說(대체로 남쪽 계열 학자들)과 위조품說(대체로 북쪽 계열 학자들) 두 파로 나뉘어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한국에서도 진품설을 지지하는 것 같다. 일단 《이훈묘지명》에 새겨진 명문은 아래와 같다. 논란의 여지가 있어 氣賀澤保의 판독문을 인용하겠다. 大唐故鴻臚寺丞李君墓誌銘并序 公諱訓,字恒。..

중국 2022.01.19

라다크-악사이친의 핏빛 노을, 그리고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https://letrleter.tistory.com/m/10 근 10년 간 타림분지-파미르 지역 변방 주둔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단상 최근 중국과 인도 양국이 라다크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다투면서 타림분지-파미르 지역 중국 인민해방군 국경수비대의 배치 및 병력 현황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본고에서 필자는 주로 letrleter.tistory.com https://letrleter.tistory.com/m/15 2020년 중국-인도 카슈미르 국경 지대 충돌과 향후 역사적 과제 2020년 여름에 일어난 중국과 인도의 충돌은 점차 강성해지는 인도와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중국 지도부의 조급함에서 비롯되었다. 2017년, 인도정부는 자국 영내에 임시정부를 차린 티베트 망 letrleter.tistory..

중국 2022.01.18

샴발라(샹그릴라)와 고창 위구르 -티베트의 프레스터 존

사진 출처: https://www.pinterest.com/amp/pin/421860690095293228/ Pinterest에서 발견 회원님을 위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발견하세요. www.pinterest.ru 오늘 나는 샴발라(샹그릴라)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이 전설적인 도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까닭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것은 鬼力亂神이 우리의 생각을 사로잡지 않게 하기 위함이요, 신률적 세계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완성되어가는 것이지, 결코 지상에 있지 않음을 증명하고자 함이다. 물론 샴발라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림풍파가 쓴 《지식의 사자》라는 글에 샴발라로 가는 여정을 상세히 기록하였으니 이 기록을 토대로 샴발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이 티베트의 승..

중국 2022.01.13

초한전을 둘러싼 오역과 오독 문제에 대해

https://brunch.co.kr/@96cb4860cbd5418/18 초한전을 둘러싼 오역과 오독 문제에 대해 쉬어 가는 글① | 오늘 오전, 이 글을 쓰기 위해 《초한전》을 다시 읽었다. 오늘 읽은 것까지 합하면 이 책을 못해도 3번 이상은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생각보다 일찍 영역본이 나왔다. 1999년, 미 brunch.co.kr 아래는 우리나라에서 초한전과 관련된 사론 내지는 시평이다.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00504/1/BBSMSTR_000000100097/view.do 초한전, 모든 상상·한계 초월… 전통적 전쟁관 뒤집었다 1999년 中 두 현역장교가 집필… 9·11 테러사건 예견 큰 반향 美 육사·해사 정식 교재로 채택, 현재까지 8개 ..

중국 2022.01.09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란의 불편한 삼각관계

최근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뉴스가 나왔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122401071103012001 사우디, 中 지원받아 미사일 개발 정황…‘중동 핵개발 저지’ 바이든 노력에 찬물 이란 핵개발 제재할 명분 약화중동정세 파문… 美, 제재 검토바이든 ‘신장 노동금지법’ 서명워싱턴 = 김남석 .. www.munhwa.com 이 기사는 필자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최근까지도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하던 석유를 더 비싼 값에 러시아로부터 사들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베이징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문제삼은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 초까지 중국은 중동·중앙아시아 문제에..

중국 202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