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5

애국의 계보: 샤오펀홍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최근 중국에서 심상치 않은 극좌파 부흥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현상은 주로 1992-1998년(56.2%) 사이 태어난 여성(57.9%)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보이는데, 언론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샤오펀홍이라 한다. 그런데 샤오펀홍에 대한 국내 중국 연구자들의 논문을 보면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의 형성 원인을 막연히 프로파간다와 애국주의 교육에 귀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구는 그간 중국에서 일어난 사회 현상과 샤오펀홍 집단 형성 간의 관계성을 무시한 학문적 태만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본문에서 필자는 샤오펀홍이 형성된 경제적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런민왕 2016년 12월 30일자 기사(샤오펀홍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보면 샤오펀홍의 분포 특징에 관한 재미있는 수치가 있는데, 아래..

중국 2021.04.27

중국 중앙정부와 중앙기업, 지방정부 산하 국유기업과의 관계

가끔 한국에서 경제학이나 중국학을 전공한 자들과 대화해보면 아래와 같은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 GDP의 대부분은 국영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중국정부는 자국 기업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저런 편견의 이면에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며, 자국 기업 관리 방식 또한 소련, 북한과 같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다. 아울러 소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도 중국 국유기업이 한국 공기업과 유사한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고 추측하다 보니 한국 공기업과 같이 기업 실적∙이윤보다는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하며, 이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의 지침이 내려올 시, 이에 맞춰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편견은 실상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중..

중국 2021.04.26

중국 국유기업 파산 현상에 대하여

최근 중국 국유기업 파산 현상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대다수 “중국 전문가(그들을 전문가라 불러야 될지 심각하게 고민되지만)”들은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일단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의 차이와 이 같은 차이가 형성된 배경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개혁개방 당시, 중국공산당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경제를 어찌 해석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비록 중국은 서구식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었지만, 당은 자신들이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시장을 온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이때 제시된 대안이 바로 공유제 경제 주도 하의 사회주의 경제였다. 이는 국무원 또는 지방정부 출자로 국내에 필요한 기업을 세운 다음 이 기업들의 지분을 5..

중국 2021.04.23

후시진 현상: 왜 한국 기자들은 중국의 극좌 언론인에게 열광(?)하는가?

한국 언론의 중국 기사를 읽다 보면 유독 후시진과 《환구시보(영어명 《Global Times》)》 관련 기사가 자주 소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사들은 대체로 《환구시보》 기사 내용을 중국 언론의 억지라 소개하며,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한국 전문가(성신여대 S교수 등 단골로 나오는 교수 몇 명이 있다)의 반박을 소개한 다음, 끝에 가서 이를 중국의 문화공정이라며, 이와 같은 중국의 문화공정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야욕을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이런 유형의 기사들은 사드 사태 이후 거의 한국 언론의 중국 관련 보도 내용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현상을 나는 “후시진 현상胡錫進 現象”이라 부르고 싶다. 후시진 현상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서 재미있는 까닭은 중국인들에게 후시진이 딱히 좋..

중국 2021.04.15

중국식 개혁개방이 북한에서 성공할 수 없는 이유

최근 혹자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예시로 들며 북한도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을 무엇이라 부르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개방론자”들이라 하자. 이들은 중국 개혁개방 초기 주하이, 선전, 산터우, 샤먼을 개방한 것과 같이 북한도 나진 선봉 지구를 개방하면 중국과 같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그야말로 견유공담犬儒空談이요, 내셔널리즘에 빠진 나머지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 사회의 경제 구조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중국도 했으니 북한도 가능하다”는 잘못된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란 나라는 자본유동공제형 사회주의 국가다. 이들은 시장의 자율성을 용인하는 대신 정부가 자본의 유동에 깊이 개입하여 시장의 전..

중국 2021.04.09

중국은 북한 분할안에 찬성할까?

오늘도 모 개인 방송을 보니 중국과 미국이 북한 분할안을 계획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봤다. 그런데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해 미국에서 그런 분할안을 제시한다 한들, 중국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중국이 북한 분할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북한 핵개발이 중국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 ②중국과 미국이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양국간의 협력을 이어 나간다. ③한∙중 상호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은 중국에 적대적인 어떤 행위에도 찬동하거나 참여여하지 않는다. 이 세가지 조건에 다 부합하는 시기가 있었다. 바로 사드 사태 이전 박근혜 정부 때였다. 이제 하나 하나씩 살펴보자. ①당시 북∙중 관..

중국 2021.03.26

중국은 IMF와 같은 위기를 맞이할까?

2015년 당시 J박사는 중국이 IMF와 유사한 경제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주장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는 체계적으로 외환을 관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빠르게 성장하기만 하면 IMF와 같은 사태 없이 1만불 시대로 진입하리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J박사는 2020년 하반기에 이르러 이와 같은 주장을 철회했다(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중국 IMF 위기를 예상하지 못할 때 이와 같은 일을 예측하고 또 가장 먼저 철회한 J박사도 대단하다). 2018년부터 중국은 자국 내 외환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강도 높은 유동성 공제 정책을 실행함과 동시에 2선 도시 개발을 사실상 철회하고 지방 부동산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정책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펜..

중국 2021.03.20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전쟁은 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언한 이래, 우리는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받아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당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GDP 증가율이 -0.75%일 때, 중국 경제는 -2.0%라는 예측이 돌았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2018년, 2019년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중국은 멀쩡한데 반해 미국 경제가 오히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아래 도표를 참조하라). 따라서 이 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패인이 무엇이었으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같은 잘못을 피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표1: 2016년 이래 미국과 중국의 GDP 총액과 증감률 비교 이 표를 통해 알 수 있지만 미·중 관세 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2018-2019년 지표를 보..

중국 2021.03.07

중국정부는 GDP를 어떤 방법으로 통계할까?

흔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통용되는 GDP 산정방식은 ①생산법(각 경제영역의 총생산에서 중간 소모 비용을 제하는 방식), ②수입법(노동자 급여, 고정자산의 감가산각, 세수 순수익, 영어이윤을 더하는 방식), ③지출법(통상적 의미의 GDP 계산법)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들어보니 대체로 수출 주도형 개발도상국은 생산법을 주로 사용하고, 내수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선진국은 지출법을 따르거나GDP 계산 시 정부 지출 비중을 반영하는 편이다. 중국은 수출 위주의 개발도상국인 고로 지금까지 생산법으로 GDP를 추산했지만, 최근 내수 규모가 GDP의 50%를 차지하면서 학계 일각에서는 GDP에서 지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아울러 중국의 경우 일부 항목(군사 지출..

중국 2021.03.07

최근 중국 관영매체에서 화궈펑이 언급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올해 화궈펑華國鋒 당주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왕후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덩샤오핑 집권 이래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 첫번째 화궈펑 기념식이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이 행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화궈펑 기념식에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 정치적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화궈펑은 마오로부터 권력을 직접 이양 받은 다음 예젠잉 등 해방군 실세의 힘을 빌려 사인방을 채포하고 당주석 직을 수행했다. 그러나 兩個凡是로 대표되는 화궈펑의 교조주의는 문화대혁명으로 지쳐 있던 공산당 내부에서조차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었으며, 무엇보다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마오의 권모술수로 인해 중앙 정계에서 물러난 이들을 복권 시켜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를 무시..

중국 202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