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na.co.kr/view/AKR20220113171151080?input=1195m
https://www.sedaily.com/NewsView/260V0R7UAB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11011090002724?did=NA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20118214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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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언론에서도 지각 있는 기자들이 많아졌는지, “심장지대”, “대륙형 국가” 등 알렉산드르 두긴과 신-유라시아 학파가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이 신문 지면에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변화다(정말 오랜 만에 우리 언론을 칭찬하고 싶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스트랫포 계열의 지정학만을 접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정학의 대가인 것처럼 포장해서 언론 보도를 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물론 카플란의 경우, 실제로 미 행정부 정책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이한은 아니다(오히려 국내에 알려진 자이한의 미국 내 영향력은 이춘근 씨 때문에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내가 미국 지인에게서 들은 자이한에 대한 평가 또한 “대중영합주의적 책팔이꾼”이며, 실제 미 행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당시, 자이한이 지정학의 대가처럼 등장했을 때 나를 비롯한 몇몇 지정학 공부에 관심있는 자들은 국내 언론의 편향성과 부정확성에 놀랐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두긴이 푸틴의 대외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나 다를 바 없으며, 러시아 정부에서 두긴의 모든 학설을 따르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 철학자의 조언이 크렘린궁에 일정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나 유라시아주의를 놓고 두긴과 지면에서 논쟁을 벌인 나자르바예프가 몰락한 이 시점에서 두긴의 신-유라시아 학파는 지정학 분야에 있어 러시아와 구소련권 국가의 주류 사상이나 다를 바 없다고 이해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글에서 필자는 가까운 미래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다. 당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제한된 정보력을 토대로 짠 시나리오이니 틀릴 수도 있고, (솔직한 심정을 말하라면) 다 틀렸으면 좋겠다.
일단 슬픈 사실은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를 막을 만한 군사력을 동유럽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 군의 서진을 우크라이나에서 막으려면 못해도 30만 대병력을 동원해야 하는데(러시아도 20-30만 대군을 동원할 것이니 말이다), 현재 나토 동원 체계상, 30만 명을 모으는데 3개월 걸린다. 이와 달리 러시아군은 수차례 훈련을 통해 1개월 안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배치할 수 있는 상황이라, 일단 동원 체계 면에서 나토가 러시아 군에게 밀린다. 3개월이면 이미 우크라이나 전역이 러시아군에 점령당함은 물론 나토의 군사적 목표도 우크라이나 방어에서 카르파티아 산맥 방어선 유지가 될 공산이 크다. 실상 러시아가 군사적 팽창을 시작함과 동시에 이들의 우크라이나 점령은 기정사실이라 봐도 무방하다.
원래 브레진스키가 설계한 미국의 전세계적 지정학 질서에서 러시아가 동유럽으로 재차 팽창을 시도할 시, 중국을 이용해 이들을 심장지대에서 압박하는 전략을 취했다. 당연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남시베리아 공업지대와 우랄 공업지대를 군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임과 동시에 러시아, 이란과 함께 심장지대 제국諸國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 강국이다. 아울러 베이징 지도부는 오랫동안 러시아를 믿지 않았다(그리고 러시아도 베이징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필요할 때만 손잡았을 뿐,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견제할 지정학적 장치(중국은 미국, 파키스탄, 태국과의 우호관계, 러시아는 인도, 베트남과의 우호관계)까지 다 마련해 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유라시아 대륙의 지배권을 둘러싼 중·러의 암묵적 경쟁은 트럼프의 등장으로 인해 일시적 협력으로 바뀌었고,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잠시나마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새로운 (그러나 일시적인) 중·러 양국 관계에 기초해 유라시아 대륙의 국가들을 재조직한 형태가 바로 필자가 수차례 말한 중·러 군사협력체이다.
당연히 중국 방면에서 심장지대로 압력을 가할 수 없으니, 러시아는 모든 가용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고, 이는 나토가 직면한 적 없는 군사적 위기일 수밖에 없다. 당장에 2차 이라크 전쟁을 끝으로 10만 단위의 병력을 움직여본 적 없는 펜타곤 입장에서 보자면 병력 동원과 전시 물자 수송부터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미국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도 미군이 포함된 나토가 30만 대군을 모으는 동안,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승산 없는 전쟁에 자국민의 피를 흘리게 할 국가 지도자는 아무도 없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앵글로-색슨 계열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되, 정작 젤렌스키 정부가 수차례 요청한 바 있는 나토 가입 금지는 물론 지원 병력 파병조차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나토 회원국임에도 지키지 못한 것과 나토와 협력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한 것은 정치적 여파가 다르기 때문이다. 워싱턴과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만 판매하고, 나토 가입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들이 이미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이들의 정치적 계산이 끝냈음을 뜻한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 사태 결말이 불러올 파장은 워싱턴의 생각 이상으로 클 것이다. 지금도 동유럽에는 반-서방적인 세르비아는 물론 러시아와 협력할 준비가 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지의 정치인들이 여럿 있다. 우크라이나 점령 이후, 이들은 나토 무용론을 펼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만이 자국의 안전 보장을 할 수 있다고 외칠 것이며, 이런 정치인들의 활동은 나토 체제 근간을 흔들 수밖에 없다(그 누구도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는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대로 폴란드와 발트해 3국,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3국은 반러 성향이 강해짐과 동시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별도의 군사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하나로 뭉친 제국 재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이들은 고차원적 군사동맹, 관세동맹, 경제협력체 결성을 한 다음, 또 다른 형태의 (그러나 소련과 유사한) 연방제 국가를 선포할지도 모른다.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탄 내 러시아계 유민들과 소주즈 출신들의 소련에 대한 향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계 유민 집단이 있는 이상, 이 같은 연방제 결성은 시간이 걸릴 뿐이지 불가능한 구상은 아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미중 양국이 동시에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인데, 중·러 군사협력체가 유지되는 한, 이 같은 동시 압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양측의 지정학적 진출 욕구를 만족시키기 전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대에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워싱턴으로 하여금 스스로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생각인 것 같다. 어차피 워싱턴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을 못할 바에야 차라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벨라루스와 같은) 친러 정권을 세우는 것을 묵인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형식적인 독립만 유지하는 것도 나쁜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전적인 워싱턴의 몇몇 정치인들은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현실주의 노선을 “겁쟁이”, “러시아 앞잡이”라 매도할 것이며, 이런 정치적 반대파들의 존재는 바이든 정부로 하여금 진퇴양난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이 반대파들 때문에 정치적 결단을 지체할수록 모스크바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푸틴은 점점 노쇠해지고 있으며, 러시아인들은 푸틴 이후 자국 운명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두긴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걱정을 내비쳤다). 따라서 러시아인들은 푸틴 생전에 위험한 도박을 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그들은 우크라이나 점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우리 언론에서는 러시아의 SWIFT 퇴출설까지 소개하고 있지만,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기 이전까지 실현되기 어렵다. 이미 러시아는 SWIFT 퇴출에 대비해 SPFS와 금 보유량 증가 등 여러 대비책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의 대러 자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보니 이 같은 조치가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자체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대평원을 손에 넣은 러시아 입장에서 보자면 버티기에 들어가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일시적인 충격은 줄 수 있어도, 자원 공급과 관련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이상,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제국諸國은 다시 모스크바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원하는 세상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일단 미·중 관계가 복원되야 한다. 브레진스키의 세계질서 구상에서 미국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을 워싱턴에 초대하기만 해도 해결될 일을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까지 몰아넣은 트럼프 대통령도 문제지만,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타이완 사이에서 선택을 망설이는 바이든 정부 또한 현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맹자께서도 말씀하시길 곰 발바닥과 물고기를 모두 얻을 수 없다 하시지 않았는가? 타이완을 지키려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반대로 우크라이나를 지키려면 타이완을 포기해야 하는데, 워싱턴은 양자 사이에서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 시간을 보낼 뿐이니, 이는 종국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자신들이 원하는 세계질서를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을 주는 꼴에 지나지 않다. 현재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적은 중국도 러시아도 아닌 워싱턴의 우유부단함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다 지킬 수는 없는 법이다(다 지키려 한다면 지금부터 빨리 군비 확충하고 동원체계 점검부터 다시 해야 한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1/14/NEWJI6ESLFHRRGQ6SNEKJ4LEGA/
고로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러시아가 팽창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왜 지금 팽창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여담이지만 러시아의 팽창에 대한 설명 또한 스파이크먼, 카플란 등 지정학자들이 오래전에 지적한 바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글은 그간 미·중 지정학 연대가 미국 중심 세계질서를 지탱하는데 얼마나 지대한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브레진스키가 괜히 이 같은 구상을 한 것이 아니다). ⓐ남시베리아 공단과 우랄 공업지대를 위협하는 세력(미국과 지정학 연대를 이어가는 중국)이 있는 러시아와 ⓑ후방에 아무런 위협 없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러시아의 위상과 영향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마도 현재 국제관계 학자들 또한 러시아의 이 같은 담대한 행동에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알던 러시아는 유럽에서는 나토의 압박을 받고, 심장지대와 극동지역에서는 중국의 압박을 받았는데, 어떻게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한탄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당신들이 알던 세상은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끝났다.”
이제 새로운 세계질서가 확립되기 이전까지 우리는 지난한 세월을 지나야 할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미래를 이끌 3개 강대국(미·중·러)과 잠재적 강대국 인도(만일 인도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다면 분명 미·중·러에 필적하는 강대국이었을 것인데 아쉽다)의 주요 충돌지점에 한반도가 없다는 점이다(베이징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는 현황 유지만 되도 나쁘지 않다 보니 남북한 교류 강화라는 원론적 지지만을 보내고 있다-물론 연방제 통일과 함께 미군이 물러나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대신 우리는 중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도양 국가와 주요 원자재 수입지인 동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의 국가들이 언론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중국과 동아프리카, 남아메리카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통해 연결되다 보니, 향후 이 일대를 둘러싼 중국-파키스탄 동맹과 델리 정부와의 대립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보기에 타이완 문제 이후, 중국은 아마도 인도양에서 인도와의 대결에 전념하느라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오키나와를 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도 새로운 국제질서의 자원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해군을 키워야 한다. 강력한 해군 없이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다리 없이 걷겠다는 소리와 같다. 그리고 이 시대의 지정학도들이 할 일은 한반도의 해양성을 부각시키고, 우리가 해양 세계의 일원임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육군에 지나치게 집중된 상황인데, 차후 아시아 세계질서가 인도양 무역체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음을 생각해 본다면 이 같은 군 편제는 미래를 준비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도 다른 나라의 보호 없이 우리 물건을 남아메리카까지 수출하고, 서아프리카의 자원을 부산항까지 운반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와중에 우리 언론은 또 아프가니스탄 때와 같이 3류 소설을 쓰고 있다(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때와 같이 이런 찌라시 생산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앞장서고 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2/01/19/GRYIGPA7WFFXNNMSIBKO3SBCME/
도대체 10만 가지고 우크라이나 점령을 어찌 한단 말인가? 우크라이나도 오랜 내전으로 못해도 15만 정예병력이 있고, 서부에 사는 반러 성향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인데, 이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면 10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우크라이나 국토 면적을 생각해본다면 못해도 20-30만 대군을 동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 나라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모스크바의 구상은 우크라이나 방면에 끊임없이 군사적 긴장국면을 조성해 미국으로 하여금 우크라이나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보니(푸틴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만 세워져도 목표 달성한 것이라서 이 경우 굳이 군사적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 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적다. 모스크바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권이 자신들과 점진적으로 연방국가를 형성하는 것을 선호하겠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점령전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10만(코로나 이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변부에서 20-30만 대군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한 적도 여러 차례 있다-우리 기자들은 러시아군 동원 체계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다) 병력 가지고 우크라이나 점령 운운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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