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2022년에 일어날 수 있는 지정학적 이벤트

계연춘추 2022. 1. 3. 00:39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재집권으로 인해 심장지대에 자신들을 위협할 세력이 없는 중·러 군사협력체는 이제 과감한 팽창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정학적 이치로 보면 너무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후방을 위협할 적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나라라도 과감한 팽창 전략을 통해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노릴 것이고, 반월지대 진출을 통해 해양세력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 중·러 군사협력체의 대결 구도 확립에 따라 우리는 아래와 같은 이벤트를 예측할 수 있다.

중·러 군사협력체의 팽창



①러시아·벨라루스·아르메니아 3개국 연방 국가 성립 추진

서방 제국諸國과 러시아의 충돌이 격화될수록 러시아는 벨라루스·아르메니아와의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으로 아르메니아는 러시아 없이는 독립을 유지할 수 없는 보호국 신세로 전락한 상황이며,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통합 국가 성립은 오래 전부터 추진되어온 사안이라 올해 러시아가 이들 2개국과 연방제 국가를 결성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②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많은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실제 침공까지 시간이 3-4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올해도 우크라이나 방면의 군사적 대치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적 대치를 이유로 서부 국경 지대에 20-30만 병력을 배치할 시, 전쟁이 임박했다고 봐도 된다.


③카슈미르 긴장 고조

2020년 중국과 파키스탄, 인도 3개국 사이에 있던 카슈미르 국경지대 충돌은 미·중 대립과 무관하게 남아시아의 새로운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의 주요 지점인 길기트 구간이 이 일대를 관통하기 때문에, 델리의 정치인들은 (유사시 중국의 생명줄인) 길기트 구간을 폭파시킬 수 있는 공군 역량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반대로 중국은 티베트와 호탄 등지에 델리-아그라 지역을 공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도의 성장으로 인해 파키스탄 혼자서 더 이상 델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이상, 카슈미르 일대는 국제 뉴스에 계속 등장할 것이다.


④태국-라오스-중국 철도 건설과 베이징의 태국 왕실&군부 지지

중국은 자국의 대 인도차이나 영향력 강화를 위해 태국과 베트남의 경쟁구도를 이용해 왔는데, 이미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뚫린 중국의 철도는 이제 태국 이산 지역(영화 《랑종》에 나오는 그 지역 맞다) 구간만 남겨두고 있다. 물론 이산 지역이 태국에서도 워낙 낙후한 곳일 뿐만 아니라, 철도 건설이 어려운 지역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지도부는 자신들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철도 건설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베이징 지도부는 미국의 비난을 받고 있는 태국 보수파를 자신들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태국이 베트남과 다르게 중국과 국경 문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 제국諸國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이들에게 경제적 이권을 주어 자신들의 우군으로 만들면 중국의 대 인도차이나 영향력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베이징은 태국 군부에게 노골적인 구애 작전을 펼칠 것이다.


⑤남중국해 영유권 해결을 위한 다자 플랫폼 건설

베이징은 남중국해 문제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결을 위한 다자 플랫폼 건설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왕이도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 다자 플랫폼 건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기에, 아마도 베이징은 남중국해 석유 자원을 최대한 많이 독점할 수 있는 협상안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의 지원을 받아 남중국해 석유 시추 작업을 서둘러 진행함으로써 다가올 중국과의 영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⑥타이완 해협 긴장 고조

나는 타이완 침공이 5-6년은 더 기다려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다만 중국은 이미 전함 수(350여 척)로나 총 배수량(200만 톤 이상)으로나 세계 2위 해군력을 가진 상황이라 내일 당장 타이완 침공을 감행해도 미국이 이 섬을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실제로 미7함대뿐만 아니라,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의 합동 작전 정도 되야 그나마 중국 해군과의 일전이 가능한 수준이고, 막연히 이들 전력만으로는 중국군의 타이완 점령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실제로 냉전 시대에도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미군이 이를 저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상황이라 타이완 방어 작전 자체가 비-현실적인 작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중국의 건함 능력이 (총 배수량으로만 볼 경우) 호주 해군을 1년만에 만드는 수준이라 시간을 끌수록 미군에게 유리하다는 보장을 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는 미군이 이 섬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여부부터 따지고 본 다음에 정치적 방향성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혹자는 조지아와 한국-북한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조지아는 이미 친러 세력에게 포위당한 상황이라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고, 한국-북한 문제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이 현실화된 이후, 다루어도 늦지 않다. 내가 간혹 보니 한반도 문제가 세계사적 문제라는 허황된 주장을 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리 중요한 지역도 아니고(필리핀과 비슷한 수준이라 보면 된다), 미국과 중·러 군사협력체의 주요 충돌지점도 아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청와대에 북한과의 일전을 외치는 대통령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이상, 빠른 시일 내 세계사적 전환점이 될 만한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되든 이재명이 되든 어차피 우리나라는 워싱턴과 베이징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현실이다. 우리에게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거나 하는 선택지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어차피 세계사는 도도한 강물처럼 바다를 향해 흐를 것이다.

※ 만일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면 필리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 만일 필리핀에서 아무 일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별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원래 모든 나라 사람들은 자기 객관화가 잘 되지 않는데, 내가 보고 느낀 바를 말하라면 국내 연구자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못해 지나치다. 미·중 간의 충돌이 격화될수록 서태평양 일대의 기존 질서는 흔들릴 수 있지만, 당장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제적 이슈가 되는 순서는 아래와 같다.

인도차이나·남중국해(중국이 전초기지로 삼으려 하는 곳)
타이완(중국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점령하려는 곳)
한국·필리핀(제1도련선, 중국이 해양 진출 교두보로 삼으려는 곳)
일본·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중국이 미·중 사이의 중간지대로 만들려는 곳)
괌·사이판(제2도련선)

현 단계에서 중국은 아직 인도차이나와 남중국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 일대가 미·중 간 격전의 장이 되리라는 예측은 현 단계에서 너무 이르지 않는가?
한반도와 필리핀 문제는 중국이 타이완을 점령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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