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군사협력체의 포위망 돌파와 미국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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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러 군사협력체의 대결은 이데올로기적인 색채를 벗어 던진 또 다른 냉전이자 지정학 대결이다. 대체로 우리는 미국의 포위 전략과 중·러의 팽창 전략이 호각세를 이루거나, 심하면 미국의 지정학적(경제도 아닌)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판세만을 보면 미국의 동맹국으로 중국과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 중·러 군사협력체 제국을 일시에 포위하기란 어렵다. 미국이 중러 군사협력체 제국에 대한 포위망을 완성하려면 못해도 “세계섬”을 일시에 포위할 수 있는 해군전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해군 전력으로는 이만한 구상을 실현하기란 진실로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워싱턴의 출구전략으로 제시됐던 이란 핵협상 복귀와 러시아와의 군비 감축 협상은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에서 불명예스럽게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이하고 말았다. 이럴 때일수록 워싱턴은 중·러 군사협력체와의 대립을 잠시 멈추고, 이들을 내부에서부터 분열시켜야 하는데 현재 워싱턴이 보여주는 정치적 행동은 문제 해결보다는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면서 “세계섬”에서 서서히 후퇴하려는 전술로 보일만큼 수동적이고 감정적이다. 만일 지금과 같은 정치적 행동이 중·러 군사협력체와의 싸움에서 자국의 우위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다. 후방을 위협하는 세력이 없는 상황 속에서 중국·러시아·이란은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이들은 자신들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지정학적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의 영향력을 “세계섬”에서 몰아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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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 여지없이 현재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노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워싱턴이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이 같은 정치적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연후에 워싱턴이 중·러 군사협력체와의 대결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자.
필자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2024-2026년 전후로 러시아와 중국이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타이완 침공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만한 전선에 가해지는 대규모 공세를 현 미군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란 솔직히 무리다. 이 경우, 미군은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쟁에서는 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일시에 우크라이나와 타이완을 침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이권 다툼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적 리스트를 감수하고 타이완과 우크라이나를 동시 침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워싱턴이 직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당장에 중·러 군사협력체가 동원하는 병력은 러시아 20-30만, 중국 40-50만, 파키스탄과 이란, 미얀마, 북한 등 우호적인 국가들의 지원병력을 고려하면 못해도 80-100만 명에 달할 것이고, 양국이 전시 동원 가능한 전함 배수량 285만 톤(중국 210만 톤, 러시아 75만 톤, 최종적으로 340-360만 톤까지 늘어날 것 같다), 전투기 8천 300여 대(러시아 3천 800대, 중국 4천 500대), 탱크 1만 8천 대(러시아 1만 2천 대, 중국 5천 850대)에 달한다. 문제는 중·러와의 전쟁은 결국 대평원 전투 또는 연안 상륙전일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이 동원 가능한 탱크는 다 합해야 5천 700대, 전함 배수량 352만 톤, 전투기 1만 2천 300대로 중국 또는 러시아 한 개국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도, 중·러와 동시에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마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모종의 합의 하에 우크라이나와 타이완을 동시에 침공할 경우, 미국이라 할지라도 패전할 수밖에 없다(일단 100만 대군을 어디서 모아야 하는가? 과연 이들을 적시에 상륙시킬 능력이 되는가? 2차 이라크 전쟁 이래, 미군은 10만 단위의 대규모 병력을 운용해 본 적이 없다).
그럼 이 전쟁에서 중·러 군사협력체가 미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타이완과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서 우리는 미군이 중·러 군사협력체의 군사적 팽창을 막지 못했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자.
일단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러시아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트란스니스트리아, 남오세티아, 압하지아를 통합한 새로운 연방을 건설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미국은 러시아의 이 같은 행동에 분노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지만, 이미 자급자족 준비가 된 러시아에게 이 같은 제재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어 모스크바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참여한 관세동맹을 채결하여, 이들과 새로운 연방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묶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같은 관세동맹은 카자흐스탄의 미적지근한 태도로 최종 채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에는 채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러시아의 서진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제국諸國과 발트해 3국의 반발을 불러오겠지만, 이들이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 헝가리 등 몇몇 유럽국가들은 점차 모스크바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친러 우파 정치인들은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력과 전 세계 자원 공급망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말하며, 이들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선동할 것이다. 심지어 몇몇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나토로부터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발칸반도 제국의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프랑스·독일과 미국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으며, 유럽 대륙은 다시금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서 양분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차이나의 상황은 이보다 더 비관적일 수 있다. 당장에 미군이 자신들이 보는 눈앞에서 패전하는 모습을 본 인도차이나 제국諸國 군부는 워싱턴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으며, 베이징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미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라는 우군을 확보한 베이징에게 있어 이제 자신들이 우군으로 확보하거나 굴복시켜야 하는 나라는 태국과 베트남 2개국뿐이 없다. 아마도 베이징은 태국 개혁파와 왕실·군부의 대립을 이용해 후자를 지지하는 대신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의 경우, 친미적인 남부 파벌을 비롯해 반-레주언파(80년대 복귀한 이들의 성향은 대체로 친중이다)에 뿌리를 둔 친중 개혁파 등 다양한 공산당 계파가 존재하는데, 아마도 베이징은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베트남에 몇몇 타협안을 제시하는 대신, 이들이 자신들에 반기를 드는 상황만은 막으려 할 것이다. 애초에 베이징 지도부는 하노이의 공산당 관료들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베트남은 자신들의 역사를 통해 이 사실을 증명했다), 이 때문에 하노이가 국가적 자주성을 유지하면서 베이징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몽골, 이란, 인도차이나 5개국(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을 영향력 아래 둔 중국은 이제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와의 일전을 준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베이징은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독자노선을 지지함과 동시에 (친러 성향의 타지키스탄을 대신할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베이징의 이 같은 태도는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조차 자국 영향력 아래 편입하려 하는 러시아의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러시아 주둔군은 이제 중국을 압박하는 지정학적 체스말이 될 것이며, 카슈가르는 짧은 번영을 뒤로 하고, 호탄과 롭노르 일대 오아시스 도시들에게 실크로드 중계무역 왕좌를 넘겨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과 러시아의 충돌이 격화될수록 카자흐스탄의 정치적 선택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만일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것을 선택한다면 중국-우즈베키스탄 협력체와 러시아-카자흐스탄 협력체 간의 대립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카자흐스탄이 민족적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중국·터키와 가까워지는 것을 선택할 경우, 카자흐스탄 북부는 또 다른 돈바스 지역으로 바뀔 것이다. 결국 카자흐스탄의 선택이 중앙아시아 나아가 카자흐스탄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러 군사협력체 결성으로 주변국에 대한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한 베이징은 해상 진출 교두보인 한국과 필리핀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 할 것이다. 한국과 북한의 경우, 베이징은 미군 철수를 전제로 연방제 통일을 지지할 것이며, 반대로 필리핀에서는 분리주의 세력을 지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륙과 이어진 한반도는 북한 영토를 관통하는 안정적인 육상 물류 운송루트만 건설되면 (베트남, 카자흐스탄과 같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아래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에, 중국은 연방제 지지를 통해 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낸 다음, 이 일대를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 아래 있는 중간지대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이 같은 대 한반도 정책은 한국 내 연방제 통일을 지지하는 급진적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고, 반대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미국의 입지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다.
베이징의 이 같은 대 한반도 정책 기류 변화는 중·러 군사협력체 형성 이후, 이들이 가지게 된 모종의 자신감과 연관있다. 90년대 프리마코프가 러시아, 중국 이란 3개국 동맹 구상을 제안할 때만 하더라도 베이징 지도부와 테헤란 종교 지도자들은 이 같은 지정학적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 나라는 소련 해체 직전까지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세 나라가 뭉친다 한들 미국에 별 다른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외 정책으로 인해 구상에 불과했던 중·러 군사협력체가 실제로 결성되자, 이들은 세 나라가 하나로 뭉칠 때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알게 됐으며, 이 같은 대단결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과의 25년 전략협정 채결로 석유와 천연가스 문제가 해결된 중국은 이제 과감하게 팽창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와 이란의 석유를 롄윈강連雲港에서 부산항까지 운반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여의도의 정치인들은 베이징의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들은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실크로드에 기회가 있다며, 중국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며, 베이징의 연방제 통일 지지(실상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려고 지지하는 것인데)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워성턴에 비해 민족 자결권을 존중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다(중국은 단지 한반도의 민족 자결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지지할 뿐이다). 그리고 연방제 통일을 이룩한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철도가 개통되는 순간,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지정학적 변수들이 압록강을 넘어서 평양과 서울로 물밀듯이 몰려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는 중국인들 상업구가 별도로 만들어질 것이고, 둥베이의 상인들과 옌벤延邊 유지들은 더 이상 해관이라는 복잡한 매커니즘에 의해 움직이는 통로가 아닌 자신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육상 루트를 통해 대전과 대구, 부산과 같은 요충지에 물류 거점을 두어 대중 무역을 독점하며, 우리 젊은이들은 이 새로운 기회에 참여하기 위해 베이징에 대한 새로운 충성 경쟁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막연히 한 나라의 자산 규모만 생각해 본다면 휴전선의 해체는 우리의 북진이 아닌 중국의 남진과 한국의 친중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이미 인구도 줄어드는 우리나라가 둥베이 지역까지 진출한다는 구상은 공상과학소설에 가깝다-우리는 그만한 자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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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워싱턴의 입장에서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첫번째는 중·러 군사협력체의 해체다. 중·러 군사협력체는 결국 미국의 대중·대러 적대정책이 만들어낸 산물이자, 베이징이 모스크바의 정치적 구상에 완전히 참여함으로써 만들어진 심장지대 국가의 연합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심장지대와 반월지대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통해 북극해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호라산, 중앙아시아, 인도차이나 국가를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는 다름 아닌 이란인데, 미국은 차후 중·러 군사협력체와의 대립에서 지정학적 우세를 확립하기 위해 테헤란에 정치적 양보를 고려해야 한다. 이춘근 같은 국제 정세에 어두운 자(비단 이춘근만의 문제겠는가)는 바이든 정부의 대 이란 정책을 비난했지만, 중·러 군사협력체의 와해라는 각도에서 접근할 경우,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그리고 가장 출혈이 적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을 우군으로 확보하지 않는 이상, 중·러 군사협력체와의 대결에서 미국이 우위를 확보하기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 테헤란의 정치적 선택이 향후 세계질서(중·러 군사협력체 중심의 세계인가, 미국 중심 해양세계 패권의 유지인가)를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가장 어려운 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테헤란은 솔레이마니 죽음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게 물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몇몇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할 것인데, 이를 미국 내 공화당이 어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201042139025/?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sub_thumb3&utm_content=202201042139025&C
※ 다른 나라 전쟁 영웅은 절대 함부로 죽이는 것이 아니다.
② 두번째는 중국의 타이완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를 두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워싱턴이 베이징과의 적대 관계를 일시적으로 완화시켜야 한다. 아직 베이징 내부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둘기파가 타이완 점령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게 함으로써, 중국 정부로 하여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워싱턴의 사후 처리를 본 다음에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 중에서도 시간에 쫓기는 나라는 러시아이기 때문에 푸틴은 반드시 (자신의 생물학적 운동이 끝나기 전에) 우크라이나를 합병하려 들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의 서진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타이완 점령 의지를 꺾어버릴 수도 있다. 비록 이 같은 정책은 중·러 군사협력체의 해체까지는 이어지지 않겠지만, 양국 지도부로 하여금 팽창 초기 단계에서 좌절을 맛보게 함으로써 단기간 내 추가적인 팽창 시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지도부가 네 살 먹은 아이도 아니고, 자신들이 동시에 군사적 팽창을 시도하는 것만이 자국 이익을 최대치로 확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인데, 워싱턴의 이간계에 넘어가겠는가? 아울러 워싱턴과 베이징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발전한 상황이라 베이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워싱턴이 얼마나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이며, 이를 미국인들이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라 본다.
https://www.163.com/dy/article/GSAUIFJ60539R9US.html
③ 세번째는 군비 확충이다. 중·러 군사협력체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기 위한 군사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의 500척 대함대는 이 같은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군사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은 분명 전쟁 억제라는 측면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겠지만, 가장 비싼 방법이기도 하다. 아울러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매년 호주 해군 전체 배수량과 맞먹는 전함을 진수시키는 중인데(4년만에 일본 해상 자위대를 만들어내는 수준), 건함建艦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또한 중·러 군사협력체와 싸우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대규모 육상병력(못해도 40만)을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 내 여론이 이 같은 대규모 병력 동원에 우호적인지, 대규모 살상이 예정된 전쟁에 자국민을 투입시키는 것에 지지를 보낼지 잘 모르겠다. 유사시 동맹국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실상을 들여다 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례로 러시아는 1개월 안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할 수 있는 병력 집결이 가능한 데 반해 나토는 30만 대군을 모으는데 3개월이 걸린다. 이런 병력 집결 속도로 러시아와의 일전을 벌이겠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한 일 아닌가 생각된다. 달리 말해 이 방법은 가장 확실하면서도 비싸고, (전시 동원 능력 및 무기 체계 등에서) 믿을 수 없는 나토를 뒤로 하고 미국 혼자서 희생해야 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01008_0001191584&cID=10101&pID=10100
④ 네번째, 그리고 가장 어리석은 방법은 지금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적으로 돌리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가장 원하는 일이며, 결과적으로 세계 질서 주도권을 대륙 세력에게 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구대륙의 주도권을 확보한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이제 대륙에 대한 지배권을 두고 다투겠으며, 이들의 패권 싸움이 지속되는 과정 속에서 워싱턴은 베이징 또는 모스크바에 대한 지지 여부만을 표시한 채, 양자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승패가 기울었을 즈음에 승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때 이르러 워싱턴은 “세계섬”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크며, 어쩌면 새로운 먼로주의자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과 몇몇 해양세력에 대한 영향력만을 유지한 채 서서히 몰락할 수도 있다.
그럼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워싱턴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내 생각에는 일단 이란과의 핵협상(JCPOA)에 매진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테헤란과의 관계 정상화 작업에 치중해야 한다. 테헤란은 중·러 군사협력체의 가장 약한 고리이고, 중국이 현재 미국의 압박에도 약한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현재 중국은 자국 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고, 이 같은 자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테헤란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모스크바 또한 자국의 중동 영향력 강화를 위해 테헤란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테헤란 종교 지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는 테헤란이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중앙아시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이자, OPEC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테헤란이 참여하지 않는 반중·반러 전선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 그것은 단지 붉은 황제와 백색 차르의 화만 돋을 뿐, 양국의 자원 공급망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테헤란과의 관계 정상화는 단기간 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첫 단추부터 쉽지 않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104_0001712096&cID=10101&pID=10100
https://www.yna.co.kr/view/AKR20220105007900071?input=1195m
이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중에서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한다. 모스크바와 손잡을 경우, 그들은 신 유라시아주의에 입각한 또 다른 소련식 제국이 심장지대에 세워지는 것을 목격해야 하며, 반대로 베이징과 손잡을 경우, 그들은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인도차이나에서의 권익을 일부 빼앗기는 대신 해양 세력의 최강자로서 해상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 단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라면 훗날 미국의 해상 패권을 위협하는 나라는 중국도 러시아도 아닌 강력해진 해상강국 인도일 것이다. 비록 바다와 접해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륙형 국가이며, 하우스호퍼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은 바다로부터 여러 차례 후퇴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분열로 인해 대륙형 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이고(반대로 파키스탄도 해양형 국가로 성장할 수 없다), 이들이 진출 가능한 공간은 오로지 해양 뿐이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인도를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으로나 압도하고 있기에 파키스탄과 함께 이들의 팽창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지, 가까운 미래 인도가 강력해질 때, 우리는 미·중 양국과 해상 패권을 다투는 강대국의 출현을 목격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모스크바는 델리와의 협력을 강화해 (두긴의 지정학적 서사에서) 해양세력 대표주자인 미국과 그 아류 중국을 몰아내고, 비스와강과 카르파티아 산맥 동쪽의 지배자가 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https://www.voachinese.com/a/India-Hopes-To-Sign-Arms-Deal-with-Russia-20211104/6300024.html
이미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중국의 강대국화를 두려워한 미국은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설치했지만, 인도의 패권국화를 막을 장치는 전무한 상황인 데다가 미국과 해상 패권을 두고 다툴 확률이 더 큰 나라는 대륙형 국가인 중국이 아닌 해양형 국가 인도다. 심지어 중국은 남중국해와 인도양의 몇몇 연안 항로를 지배하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해상강국 인도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아마도 인도는 훗날 미국이 희망봉-북마리아나 제도 사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따라서 워싱턴이 할 일은 베이징과 테헤란을 규합해 지정학적 대립 구조를 만든 러시아를 (매킨더식 분열안대로) 해체하고, 베이징이 아시아에서 일정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가지는 것을 묵인하는 대신, 전세계 바다와 유럽 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달리 말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을 전제로 하는 프리마코프-두긴식 세계질서(미국·인도 VS 중국·러시아)가 아닌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의 정치적 연대를 중시하는 키신저-브레진스키식 세계질서(미국·중국 VS 러시아·인도)를 선택함으로써 해양 세계의 지배자로 계속 남는 것, 이것이 현재 워싱턴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세계질서라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워싱턴의 정책 결정을 보면) 미국은 아마도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워싱턴은 중국과 러시아와 동시에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내비칠 것이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결속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과신은 겸손만 못하고, 오만함은 신중함만 못하다. 워싱턴의 판단 착오가 계속되는 한, 미국은 이길 수 없는 전쟁으로 스스로를 내몰아 세계질서 주도권을 상실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https://www.news1.kr/articles/?4525087
내가 보니 국내 연구자들은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반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그들이 베이징 내부 기류 변화를 전혀 읽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과거 중국이 미군의 북상을 막을 만한 힘을 가지지 못할 때, 휴전선은 근대화의 탈을 쓴 중화제국이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으나, 지금 자본에서나 군사력에서나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서는 상황인데, 왜 연방제 통일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베이징은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의 존재가 껄끄럽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연방제 통일과 같은 북한 정권의 존속을 보장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확립이 아닌 이상, 북한 정권 유지도 어렵다고 내다보는 것 같다. 물론 국내에서는 대북 자본 유입이 북한 사회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리라 기대하는 것 같지만, 거대한 부를 축적한 베이징은 자신들이 한국 정부에 비해 몇배나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휴전선의 철폐는 한국 자본의 북상이 아닌 중국 자본의 남하로 귀결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한반도는 미군이 없는, 그러나 남북이 상이한 정치제도를 유지하면서 내셔널리즘 공동체 틀 안에서 공존하는 한반도다(중국에서도 북한은 탈세 창구로 쓰인다고 일반적인 금융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한반도의 분열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로 인한 것임을 상기한다면, 대륙세력인 중국의 팽창은 역설적이게도 한반도의 분열 고착화가 아닌 연방제 통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우리가 통일 문제를 바라볼 때 이데올로기를 버릴 필요가 있다. 이데올로기적 가치와 영토 완전성·민족 통일이 서로 대립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고, 이 시대에 이르러 여의도는 서구식 민주주의와 민족 통일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연방제 통일과 영토 완전성을 선택할 시, 우리는 권위주의적 정부가 통치하는 친중 국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데올로기와 자유를 선택할 시, 우리는 대륙과 완전히 분단된(통일은 우리 세대에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성숙한 서구식 의회제 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혹자는 지정학을 선악을 나누는 도구로 사용하는데, 지정학에는 선악이 없다. 지정학은 단지 지리를 현실 정치에 이용하는 방법론을 제공할 뿐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중·러 군사협력체를 포위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것은 우리가 어찌 받아들이던 간에 현실이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90년대 모스크바는 미국과의 지정학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단으로 러시아-중국-이란 삼자동맹을 구상했고, 지금까지 워싱턴의 전략은 바로 이 같은 삼자 동맹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는데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같은 동맹이 현실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근 5년 동안 워싱턴은 자신들이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만을 뒀으며,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캄보디아,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퇴를 거듭해야 했다. 나토군 창고가 있던 곳에는 중국 물류회사 창고가 세워지고, 미 해군이 사용하던 건물은 이제 중국 군 관계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한때 미군의 세계패권을 상징하던 바그란 공군기지 맞은편에는 중국인 기술자의 지휘 아래 노동자들이 포장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우리가 극우화된 언론 정보에 취해있는 사이 아라발리 산맥과 자그로스 산맥은 단순히 인도·파키스탄, 이란·이라크의 국경을 넘어 대륙형 국가와 해양형 국가를 나누는 지정학적 경계로 점차 굳어지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997579.html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원하기로는 우리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나라가 아닌 제3의 길을 개척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모두에게 열린 나라가 되는 것만이 우리의 선택지를 넓힘과 동시에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길이며, 교두보 국가로서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2021년 1월 8일, 글 제목을 《중·러 군사협력체의 포위망 돌파와 미국의 대응》으로 바꾸었다.
다음 학기 대학원생 수업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다.
내가 보니까 블로그에 자주 찾아와서 글 읽고 가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 죄송할 뿐이다.
시간 날때마다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조금 더 길게 질문하고 싶으면 1401110682.pku.edu.cn으로 보내면 된다(물론 이 메일을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