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 국유기업 파산 현상에 대하여

계연춘추 2021. 4. 23. 23:55

최근 중국 국유기업 파산 현상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대다수 “중국 전문가(그들을 전문가라 불러야 될지 심각하게 고민되지만)”들은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일단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의 차이와 이 같은 차이가 형성된 배경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개혁개방 당시, 중국공산당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경제를 어찌 해석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비록 중국은 서구식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었지만, 당은 자신들이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시장을 온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이때 제시된 대안이 바로 공유제 경제 주도 하의 사회주의 경제였다. 이는 국무원 또는 지방정부 출자로 국내에 필요한 기업을 세운 다음 이 기업들의 지분을 51% 보유하여, 기업 인사권과 회계감사권을 지방정부가 행사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업들은 대체로 정부가 회장, 부회장 등 최고위직 인사권만을 행사할 뿐, 사실상 회사의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51%의 지분만 가지고 있을 뿐 사실상 사기업이나 다를 바 없는 기업을 국유기업이라 한다.

그럼 (국유기업과 다르게) 중앙기업은 무엇인가? 중앙기업은 국무원 산하 국유기업을 뜻하는데, 이들은 중국 중앙정부(주로 국무원)에서 직접 관리하고 생산을 계획, 감독한다(우리나라로 치면 공기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중앙기업의 재산은 모두 중국 정부에서 소유한 공유제 재산이다. 고로 애초에 중앙기업의 파산은 (중국 정부가 파산을 선언하는 것이 아닌 이상) 어불성설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럼 국유기업의 파산을 중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로 보아야 하는가? 현재 (국유기업과 국영기업을 구분조차 못하는)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 위기를 외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중국의 GDP 대비 비금융기업부문 부채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중국의 비금융기업부분 부채는 2017년(165.3%)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으며, 작년 상반기에는 151.3%까지 감소했다. 물론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부채 규모가 164.0%까지 증가했으나, 3분기 이후 다시 하락세(-0.4%)에 접어들었다. 오히려 현재 중국에서 빠르게 상승하는 부채는 중앙정부 부채와 가계부채로 작년 상반기 대비 각각 38.3%에서 44.7%, 55.8%에서 61.4%까지 상승했다. 이와 같은 수치를 통해 우리는 중국정부가 비금융부문 부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올해 3분기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규모(宏觀槓桿率)는 270.1%로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리 높다 말할 수 없다.

둘째, 금번 코로나19로 인해 파산한 기업들은 주로 북방에 위치한 기업들이다. 올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파산한 기업들(紫光集團, 華晨汽車, 永城煤电, 山東如意)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다름 아닌 이 기업들이 예외 없이 양자강 북쪽에 위치한 지역을 Base로 삼고 있다는 것(베이징, 랴오닝, 허난, 산둥)이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이중에서 국영기업은 없다. 華晨汽車, 永城煤電은 국유기업이며, 紫光集團은 校企이다.

물론 중국 기업의 연쇄 파산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줄 수 있다.

“기사를 보니 올해 중국 경제 수출 실적이 좋다 하는데 실상 다 거짓말 아닌가?”

그러나 정부 비판적인 《남방주말》 2020년 10월 8일자 〈“宅經濟”溫暖中國工厂〉조차 중국의 수출 호황을 대서특필한 것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렬의 파산사태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무엇인가? 중국의 對美-對歐 수출기업은 주로 양자강 남쪽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연안 항구 도시들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물건을 항구도시에서 만든 직후 별도의 운송과정 없이 곧바로 컨테이너선에 실어 나르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중국 GDP 성장을 견인한 지역은 주로 양자강 수로 운송체계 거점도시(ex. 우한)와 연안 항구도시(ex. 상하이, 홍콩, 선전)였다. 이와 달리 중국 북방 지역의 경제 성적표는 최악이었는데, 원래 중국의 10대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톈진은 난징과 우한에게 밀려 10위권 밖으로 쫓겨났다. 이로서 중국 10위권 도시 가운데 북방에 위치한 도시는 이제 베이징 한 곳만 남았을 뿐이다. 對美-對歐 수출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양자강 남쪽 지역과는 달리 GDP 성장을 주로 인접국과의 국경 무역과 내수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데, 금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내수경제의 중요한 축인 서비스업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북방 지역은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물론 중국 GDP의 65%가 남방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중국 전체 GDP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수출기업이 집중 분포된 남방지역의 호황이 결코 북방 경제의 몰락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증명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셋째, 국유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생각 외로 높지 않다. 2017년을 기점으로 국유기업의 중국경제 성장 공헌도는 꾸준히 낮아지고 있으며, 이와 달리 민간기업의 공헌도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도 중국 내 기업법인 가운데 국유기업은 1.8%에 불과했으며, 반대로 민간기업은 97.0%에 달했다. 2019년 상반기 고정자산투자만 하더라도 민간기업이 60.3%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출 기업에 국한할 경우 이 비중은 80%대까지 올라가며, 기업세의 56.9%를 납부했다. 물론 미국 UCESRC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의 비중이 GDP 대비 45%라 하나 이 수치는 누가 보더라도 과장된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①중국의 국유기업은 중국 국무원, 지방정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뜻한다. 그러나 회사의 실질적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②GDP 대비 중국의 비금융기업 부채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③이번 기업 파산사태는 오히려 북방 경제의 몰락과 연관 지어야 한다.

④중국 국유기업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조차 크지 않다.

고로 국유기업의 파산을 중국의 경제 위기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 아닐까? 오히려 중국 경제에 위기가 온다면 남방의 건실한 민간기업의 연쇄 파산 현상이 선행되리라 생각된다.

※ 2020년 12월 24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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