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전쟁은 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까?

계연춘추 2021. 3. 7. 18:40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언한 이래, 우리는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받아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당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GDP 증가율이 -0.75%일 때, 중국 경제는 -2.0%라는 예측이 돌았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2018년, 2019년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중국은 멀쩡한데 반해 미국 경제가 오히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아래 도표를 참조하라).

따라서 이 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패인이 무엇이었으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같은 잘못을 피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표1: 2016년 이래 미국과 중국의 GDP 총액과 증감률 비교


이 표를 통해 알 수 있지만 미·중 관세 전쟁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2018-2019년 지표를 보면 GDP 증가율이 2.93%까지 올랐다가 2.22%로 내려갔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중국 GDP도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6.95%를 유지했던 GDP 증가율 또한 6.11%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GDP에 미치는 감소세를 보면 미국 0.71%, 중국 0.64%로 실상 미국 경제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조금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현재까지 발표된 지표만을 고려한다면) 미·중 양국 GDP의 교차시점이 최소 2년~최대 4년까지 격차가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V자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이는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원래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제조업이었으며(2006년 47.95%까지 달한 바 있다), 서비스업은 아주 작은 비중(1990년 서비스업 비중은 31.54%에 불과했다)만 차지할 뿐이었다. 그러나 제조업 위주의 경제 성장 국면은 2013년에 접어들면서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는데, GDP 비중에서 (내수시장과 밀접하게 연계된) 서비스업이 처음으로 제조업을 앞선 것이다. 이후 중국 경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꾸준히 성장하여 2019년 1-3분기에는 54.0%에 달하는 등 사실상 중국 경제 견인차의 역할을 맡고 있다. 반대로 제조업 비중은 39.8%까지 감소했는데, 이 같은 수치에 대한 해석은 종사 인력의 증가와 시장 수요의 증가에 따른 결과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즉 ①제조업 종사자 가운데 상당수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이기에 이들의 은퇴가 제조업 종사자 인구 감소를 불러왔을 가능성과 ②새로이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80세대는 고학력자 비율이 높기에 대체로 화이트칼라 직종을 선호하다 보니 화이트칼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업에 집중되는 경우다. 이는 자연스럽게 서비스업 종사자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표2: 중국의 3대 산업 비중 변화


아울러 우리는 중국 정부의 “충칭모델重慶模式” 실험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2010년부터 진행된 이 실험에서 충칭시는 ①토지를 담보로 한 충칭시 호구戶口와 주택 제공, ②IT 관련 부품 80% 생산, ③300만 농민공의 도시민화 등을 추진해 충칭을 일시에 중국 내수경제의 메카로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보시라이薄熙來는 ④충칭에서의 범죄조직 소탕과 ⑤창홍거唱红歌 같은 이데올로기 선전을 통해 중앙 정계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비록 보시라이의 중앙 정계 진출은 보수파를 경계하는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 3세대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저지당했으나, 충칭시의 내수경제 실험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내수경제 성장을 경험한 중국지도부는 이를 전국적인 범위에서 실험했으며, 이것이 바로 시진핑 집권 초기에 추진됐던 2선 도시 개발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정책이 불러온 부동산 붐은 중국 사회에 부동산 버블 문제를 야기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도시 인구는 실제로 증가했으며, 이는 서비스업 수요의 팽창을 불러왔다.

그렇다면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는 왜 중요한가? 당시 미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이 북미, 서구 등지에 제조업 상품을 수출해 경제 성장을 유지한다 믿었으며, 이 때문에 중국 제조업 수출길을 막으면 중국 경제는 알아서 무너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중국 경제는 이미 2013년부터 서비스업 위주였으며, 이중 상당수는 내수경제와 관련된 직종이다 보니,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를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베트남 같은 신흥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쇠락하던) 중국 제조업은 오히려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남방주말》 제1911기(2020년 10월 8일자) 〈“언택트” 경제가 중국 공장을 따뜻하게 만든다“宅經濟”溫暖中國工廠〉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은 가정용품과 가전제품, 가구 등 “언택트” 수출 호황으로 선전 란톈항藍田港 물류량은 작년 동기 대비 15.3%까지 오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한다. 이와 같은 예상 못한 수출 호황은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V자 반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산업 구조의 변화는 중국의 대외무역의존도對外貿易依存度를 대폭 낮추었다. 2006년 64.24%까지 올랐던 중국의 대외무역의존도는 2019년 31.86%까지 낮아졌으며, 수출 의존도 또한 2018년 기준 18.24%까지 내려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높여봐야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며, 오히려 중국 공장에 의존하던 미국 시장에 물가 상승만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쟁을 통해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리라 생각했지만, 이 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여전히 6%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사실상 실패했다 평가해도 무방할 듯하다.

표3: 중국의 대외의존도對外依存度 변화


트럼프의 대중국 경제압박이 실패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 생각된다. 중국 경제는 오래전부터 자국 내수시장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었으며, 수출주도형 국가에서 점차 수출과 내수시장 규모 성장을 병행하는 경제 체제로 서서히 돌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쌍순환 전략 이전부터 일정한 흐름이 존재했다 보는 편이 옳다(충칭모델→2선도시 개발→쌍순환 전략). 그리고 이와 같은 정책적 흐름에 따라 중국의 내수시장은 10여년 동안 계속 확장되고 있었으며, 이와 달리 중국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었다. 따라서 트럼프가 처음에 구상한 무역전쟁으로는 애초에 중국 경제를 쓰러트릴 수 없었다. 이미 중국 내수 시장은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 상품의 수출길을 막는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론자들은 중국을 2000년대 초반 수출 위주 국가로 인식했고, 과거 소련에게도 통하지 않던 관세 전쟁으로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믿었다.

결국 근 10년간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한 몰이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적이었던 샘이다.

따라서 차후 대중국 경제압박 정책을 건의할 때는 관세를 올리거나 수출을 가로막는 방식보다는 조금 다른 방법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4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날려버리는 동안, 중국은 러시아, 이란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인도차이나와 인도양 제국諸國으로 확장해 나아갔으며, 반대로 미국의 영향력은 (터키와의 관계 악화로 인해) 구대륙에서 축출되기 일보직전이다. 또한 중국이라는 나라는 거대한 인구에 기반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기에 이와 같은 나라를 압박할 때는 동맹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 조건이지만, 트럼프 4년 동안 미국과 독일, 프랑스와의 관계는 거의 최악으로 치달았으며, 독일은 미국의 華為 제재에서 이탈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 일부 영역에서 중국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트럼프 4년 동안 미국은 자국의 강력함을 과시했지만, 막상 이와 같은 외교 정책의 결실이 무엇인지 돌아보면 중국의 굴기를 막기는커녕 시리아 철군을 통해 러시아에게 동지중해 일대를 헌납한 것 이상의 성과는 없다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적어도 동맹과의 관계를 강조한다는 점에 있어 나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바이든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정책은 (독일, 프랑스와의 관계 악화로 인해) 큰 “구멍”이 생겼으며, 중국은 이 “구멍”을 통한 출구 전략을 수립해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 세력이 중동, 남아시아 지역에서 철수하는 상황을 역이용해 스리랑카와 미얀마 등지에서 미국 세력을 축출했을 뿐만 아니라, 네팔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인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반 힌두이즘 정서를 이용해 대 인도 포위망을 완성해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현 바이든 정부의 동맹 강화 정책과 타이완 개입 시사는 중국 압박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포기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에서 구체적인 대 중국 경제 압박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까닭은 트럼프 4년 동안 실시된 대 중국 압박정책이 (대중국 강경론자들의 예상과 다르게) 큰 성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 입안자들이 중국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이로 인한 새로운 문제들을 자각하고, 효과적인 대중국 경제압박 정책을 만든다면 미∙중 무역전쟁은 다시금 (그러나 트럼프 시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역사 무대에 등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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