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은 북한 분할안에 찬성할까?

계연춘추 2021. 3. 26. 09:03

오늘도 모 개인 방송을 보니 중국과 미국이 북한 분할안을 계획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봤다. 그런데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해 미국에서 그런 분할안을 제시한다 한들, 중국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중국이 북한 분할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북한 핵개발이 중국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
②중국과 미국이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양국간의 협력을 이어 나간다.
③한∙중 상호 신뢰 관계를 유지하며, 한국은 중국에 적대적인 어떤 행위에도 찬동하거나 참여여하지 않는다.

이 세가지 조건에 다 부합하는 시기가 있었다. 바로 사드 사태 이전 박근혜 정부 때였다. 이제 하나 하나씩 살펴보자.
①당시 북∙중 관계는 실제로 최악이나 다를 바 없었으며, 북한의 수차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분개한 중국 내부에서는 한국과의 군사 동맹을 통해 북한을 견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②미∙중 양국 모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라 생각했고, 중국 내부에서도 미국의 군사작전 시, 이를 막을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③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으로 인해 한중 관계는 거의 최고조에 달했으며, 중국 정치권과 학계 모두 북한보다는 한국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드 사태 이전 중국에서는 미국 측에서 제안한 북한 분할안을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후진타오 정부 시기 중국정부는 자국 기업의 대동강 이남 지역 투자를 금지했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을 실행할 시, 대동강을 경계로 하는 새로운 경계선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 사태 이후, 중국정부는 이상주의 학파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 남북한 분단 상황 유지로 정책 방향을 180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판단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중국은 북한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를 추진하자 곧바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최근 북한이 자국의 핵무기를 만포에 배치한 것도 중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와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한동안 이상주의 학파와 군부의 주장에 따라 북한을 지원하며, 한미연합군의 북상 내지는 북한군의 남하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남북한 경제협력을 지지할 뿐, 그 이상의 변화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②최근 북한은 자국 핵무기를 만포에 배치했다. 이는 중국 측의 대북 정책 변화를 읽음과 동시에 중국의 북핵 위험론을 의식하고 자국이 결단코 중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포에 배치한 이후 김정은 정권의 탄도미사일 실험에 대해 원론적 의견만을 제시하고 있다.

③사드 이후 중국은 한국을 사실상 군사적 차원의 잠재적 적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비록 중국에 우호적인 정치인 몇 명이 활동한다 한들, 결국 안보 문제에 있어 미국 측 의사를 따를 것이라 판단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경향은 문재인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④현재 중국은 미국과도 정치∙군사적 대립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대립 국면은 한동안 변할 것 같지 않다. 당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군이 휴전선 이북에 배치되는 상황을 달가워할 리 없으며, 그렇다고 자국에 대한 통치능력조차 상실한 북한이 자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은 한국을 점령하는 것에 강력한 의구심을 품을 것이다(실상 불가능하다 생각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중국은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이 대치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기를 바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분할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 이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추락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트럼프 임기 동안 중∙러 군사협력체는 아프가니스탄과 한국, 인도 등지를 제외한 대부분 유라시아 지역에서 미국 세력을 축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굳이 미국의 유라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 자명한 북한 분할안에 찬성할까? 누가 봐도 어불성설 아닌가? 나는 이와 같은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하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이 북한 분할안에 찬성하려면 한국 정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이와 같은 믿음은 설령 한국이 휴전선 이북 지역을 점령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행위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사드 사태 이후 중국정부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다 보는가? 우리 입장에서 북한 분할안이 중국 세력의 남하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군의 북상으로 인식되지 않겠는가? 도대체 어떤 나라가 자국의 잠재적 적국의 실질적 경계선이 북쪽으로 확장되는 군사적 분할 계획에 찬성하겠는가?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이 북한 분할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친중 행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조금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민주주의 의회제도가 아닌 집단 합의제에 의해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나라고, 이와 같은 집단합의제는 정책이 수립되기까지도 (각 계파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결정된 정책 노선을 바꾸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중국정부는 국가적 위기라 판단되는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초법적 권한을 가진 기구를 설치하는데, 이와 같은 기구를 두는 까닭은 무의미한 토론과 정책 학습이 반복되는 중국식 집단합의제로는 적시에 필요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은 한국이 군사 방면의 잠재적 적국이라고 단정지었을 것이 분명하며, 이와 같은 한국에 대한 중국정부의 기본태도가 일시에 바뀌는 것은 현 중국식 정치제도 하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한중관계가 가장 좋던 (사드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 박근혜 정부 수준으로 단숨에 돌아가려 했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나름의 친중 행보를 선보였지만, 중국 정부 정치 구조상 문재인 대통령이 희망하는 바와 같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국의 대외 정책 노선을 수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을 모르는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충분한 성의 표시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판단한 나머지 중국에 대한 적의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행보를 지속한 것 같다. 이런 보여주기 식 친중 행보는 중국정부에서 요구한 사항도 아니었으며(오히려 중국 내 한국전문가 그룹을 당혹하게 만드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친중 국가로 오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니, 성공한 정책이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분명 사드 사태 이후 경직된 한중 관계를 풀기 위한 차원에서 이와 같은 정책적 방향성은 필요했지만,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시간에 쫓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인데 어찌 하겠는가? 결국 우리 스스로 중국 정치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현행 정치제도의 한계만을 보여준 정치 행보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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