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인도 양국이 라다크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다투면서 타림분지-파미르 지역 중국 인민해방군 국경수비대의 배치 및 병력 현황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본고에서 필자는 주로 난장 지역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이동과 현재의 군 병력 배치를 통해 현재 중국이 타림분지-파미르 지역의 군부대를 재배치하는 이유와 이 같은 군사적 행위가 중앙아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무제가 그리스-박트리아 왕국을 정벌한 이래, 타림분지-파미르 지역은 중국이 강력해지면 자국 영역에 편입시키고, 중국이 약해지면 독립되는 역사를 반복해왔다. 80년대까지 중국은 신장 지역에 30만 대군을 주둔시켰으나, 현재 신장 지역 주군 병력은 10만 명으로 줄었으며, 이조차 대부분 우르무치烏魯木齊-타청塔城-이닝伊寧 지역과 러시아, 몽골 방면에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타림분지-파미르 지역 병력은 파미르 고원 길목과 국경선 인근 지대에 적은 수의 치안 병력만 배치했는데,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은 타림분지-파미르 지역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군사력을 강화하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제2차 이라크 전쟁을 목격한 중국 군부는 공군 역량을 강화하지 못하면 미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력과의 전투에서 제공권을 빼앗길 것이며, 이는 곧바로 전쟁의 패배로 이어지리라는 공포심을 느꼈다. 무엇보다 이라크 공군이 전투기 조종사의 숙련도 미달로 인해 전투기를 사막에 숨기거나, 오발로 아군을 살상하는 사건을 보면서 공군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당시 미국 부시정부의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네트워크 중심전 이론이 실제 전투에서 큰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민해방군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군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무엇보다 타림분지-파미르 지역은 산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육상 병력을 빠른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없다 보니, 당연 이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공군 역량을 강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중국군은 오랜 시간동안 이 일대의 항공전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미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은 폭격기 부대를 내륙 지대에 배치했으며, 국경 수비 부대만을 선발해 타림분지 지역에 배치했을 뿐이다. 편제상 타림분지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공군은 코를라庫爾勒에 위치한 항공병 제37사단 제111항공단(전투기) 뿐이며, 이외에도 호탄에 주둔하는 육군 제21집단군 공수부대 제3단이 주둔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타림분지-파미르 고원에 배치된 육군 병력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이를 보조하는 공군 전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2013년,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파키스탄과 중국을 연결하는 “경제회랑” 건설이 시작했으며, 이와 함께 (파키스탄과 적대적인) 인도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인더스강 상류와 와한회랑을 군사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014년, 케나다 〈칸와국방평론〉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호탄 공항을 대대적으로 개축했으며, 호탄 군용 비행장에 처음으로 젠-10 전투기를 상시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가끔 H6K 폭격기를 배치하였다. 2015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호탄에 주둔하는 제21집단군 소속 공수부대 제3단 비행장에 홍치-9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젠-10 전투기, JH-7 전폭기 등으로 하여금 파미르-카라코람 지역을 수차례 순찰하도록 하였다. 2016년 동일한 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신장 방면에 중거리 미사일 전력 증강과 함께 젠-11BS 전투기를 배치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지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호탄 군용 비행장과 코를라 군용 비행장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공군 전력 증강 외에도 서부 지역 군제 개편 또한 우리의 이목을 끈다. 2015년 9월, 시진핑 주석은 전승절 열병식에서 30만을 감군할 것을 천명하면서 군제 개편을 단행했는데, 이 당시 란저우 군구와 청두 군구는 서부군구로 통합되었다. 군제 개편에 앞서 청두 군구의 공군 역량이 뛰어난 것에 반해 (기존에 타림분지-파미르 지역을 담당하던) 란저우 군구의 공군 역량이 미치지 못함을 생각하면, 사실상 두개 군구를 하나로 통합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군제 개편을 통해 중국은 유사시에도 서부 지역에 공군력을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였다.
무엇보다 공군 라사지휘소 비행장 확장 공사와 싱가쎄 기지를 만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전에는 인도와의 전투에서도 신장에 주둔하는 항공병 제37사단, 충칭 주둔 항공병 제33사단, 윈난 멍즈蒙自 주둔 항공병 제44사단이 지원해야만 했는데, 이제는 라사와 싱가쎄 기지에 전투기가 상시 대기함으로써 인도 방면에서 공격하더라도 즉시에 공중 엄호와 방어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싱가쎄 기지 건설로 파미르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중국의 공군력은 사실상 증강했다고 보아야 한다. 2017년 7월, 중국은 싱가쎄 공군기지에 홍치9, 홍치12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공군기지에 젠-10 10대, 젠-11 9대, JH-7 폭격기 4대를 배치했다. 2018년 8월, 중국은 라사 공군기지의 젠-11 전투기 수량 또한 7대에서 16대까지 늘렸다.
물론 2017년 인도 도클람 지역에서 중국-인도 양국간의 국경분쟁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공군력 재배치는 이해될 여지가 있으나, ① 중국이 싱가쎄 공군기지를 별도로 만들 뿐만 아니라, ② 폭격기를 싱가쎄 기지에 배치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싱가쎄 기지의 위차만을 본다면, 당시 분쟁이 일어난 시킴 지역뿐만 아니라, 유사시 라다크 지역에서 공중엄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으로 보아, 중국이 파미르-카라코람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공군 전력이 증강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폭격기는 현재 SLBM,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함께 3종류의 핵무기 투발 수단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중국이 인도와의 국경 인근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물론 인민해방군의 공군력이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군사강국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임은 자명하나, 그렇다고 인도 공군에 밀리는 전력은 아니어서(더 정확히 말해 앞서는 편이다) 당시 인도 군부가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확장하지 않는데 일조했다.
현재 중국 국경수비대와 인도 군대가 충돌한 카라코람 고개 또한 파미르-카라코람 지역임이 흥미롭다. 이는 중국정부가 이 지역의 군사력-특히 공군전력을 증강한 것과 모종의 연관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려 할 시, 라다크 방면에서 올라오는 인도의 군사적 위협을 저지하지 못하면, 호탄에 위치한 중국의 공군기지는 적군의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야르칸드(카길릭)에 위치한 기갑사단과 쿠차 주둔 제4보병사단이 우세한 전력을 동원해 이들을 격퇴하겠지만, 호탄의 공수부대 기지는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은 인도 대군이 중국 타림분지로 진격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로인 카라코람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강화하여, 이 일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염려된다. 무엇보다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은 유사시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얻기 위한 다양한 교통로 가운데 와한회랑을 경유해 헤라트에 이르는 길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또한 대규모 병력을 인도와의 국경 지대에 배치함으로써 파키스탄의 이탈을 막을 수도 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라 본다.
물론 이번 사건은 우발적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중국이 지속적으로 타림분지-파미르 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향후 이 일대에 배치된 중국 군대가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실로 궁금하다.
註 2020년 6월 10일 쓰다.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근 중국 관영매체에서 화궈펑이 언급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0) | 2021.02.27 |
---|---|
2020년 중국-인도 카슈미르 국경 지대 충돌과 향후 역사적 과제 (0) | 2021.02.26 |
군대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제창되는 흐루쇼프類 수정주의에 대한 생각 (0) | 2021.02.26 |
일대일로 정책과 나진-선봉 개발, 그리고 한반도 (0) | 2021.02.25 |
중국은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까? (0) | 2021.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