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18373
이 기자는 예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 가치에 대해 그릇된 정보를 담은 기사를 몇 차례 쓴 적이 있는데, 여전히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을 보면 딱하다는 말 외에 무엇이라 말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https://letrleter.tistory.com/m/92
탈레반은 결코 하나의 조직이 아니다. 내부에는 크게 3개 분파가 존재하는데 아래와 같다.
①아프가니스탄 탈레반(우리가 흔히 탈레반이라 말하는 조직)
②파키스탄 탈레반(약칭 TTP)
③하카니 네트워크(파키스탄, 중국의 아프가니스탄 활동을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
https://letrleter.tistory.com/m/96
저 기자의 주장에 하나씩 반박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지만, 그런 반론을 위한 반론보다는 왜 TTP가 생겨났는지 설명하는 편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이 기자가 말하는 FATA가 왜 테러리즘의 산실이 되었으며, 나아가 미국의 대 테러 정책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을 건국한 두라니 왕조는 파슈툰족을 중심으로 하는 부족주의 지배체제를 확립했는데, 당시 파슈툰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5개의 거점이 있었다. 이 5개의 거점은 ①카불, ②발흐, ②헤라트, ④칸다하르, ⑤페샤와르다. 그러나 19세기 초엽, 시크 왕국에 의해 페샤와르를 빼앗기게 되자, 파슈툰족은 페샤와르를 되찾고 과거 두라니 왕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군사적 움직임을 여러 차례 보였지만(페샤와르 수복론), 이와 같은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나고, 페샤와르는 끝내 영국령 인도에 귀속되어 오늘날 파키스탄의 중요 무역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페샤와르에서 카이바 고개에 이르는 파키스탄 서북부 국경 지대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파슈툰족이 부족장 제도를 유지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영내 파슈툰족과 하나의 민족 공동체 의식을 유지했는데, 이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에서도 이 지역을 소수종족 연방보호지역(약칭 FATA)으로 지정해 파슈툰족 부족장과 타협하는 정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당시, 많은 수의 탈레반 지도층이 파키스탄 서북부에 위치한 FATA 지역으로 도망쳤는데, 이는 지형적인 요인보다는 정치∙인종적인 요인-파키스탄 영내 파슈툰족 다수 거주지일 뿐만 아니라, 파슈툰족 부족장의 동의 없이 파키스탄 정부가 단독 행동을 벌일 수 없는 지역-에 기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가 자국 세력을 아프가니스탄까지 확장하려는 구상 하에 미국과의 대 테러 공조를 멈추고, 탈레반 지도층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지도부 가족까지 보호해주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원래도 파슈툰족은 페샤와르를 수복하고, 두라니 왕조 고토를 수복하자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했는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 정부와의 대립을 멈추자, 이들을 따르던 파키스탄 영내 파슈툰족 출신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이 파키스탄 정부 전복을 목표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이들이 주축이 된 탈레반 계열 테러 단체가 바로 파키스탄 탈레반(TTP)이다. 이들은 대체로 2004-2007년 동안 파키스탄 서북부의 파슈툰족이 탈레반화化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모방해 조직 체계를 구성하고, FATA를 근거지로 오늘날까지 테러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2007년 파키스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으로부터 분열된 이후,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긴장감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경우 파키스탄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데 반해,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름만 탈레반일 뿐이지, 이들의 정치적 목적은 파키스탄 정부 전복 및 페샤와르 지역 독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정치적 목적 때문에 파키스탄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를 자신들의 적대 세력으로 보는데, 파키스탄과 사실상 동맹 관계나 다를 바 없는 중국(중국과 사실상 동맹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북한, 미얀마, 파키스탄 3개국뿐이다) 또한 이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탈레반은 위구르족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이들을 훈련시킨 다음 아프가니스탄에 침투시킨 적이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파키스탄 탈레반과 ETIM의 관계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와 함께 이들을 탄압하고 있는데, 비록 자신들에게서 갈라져 나왔지만 같은 파슈툰족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부와 파키스탄 탈레반 사이에서 난처로운 입장이라 할 수 있다(이들에게 은신처를 처음으로 제공한 이들이 바로 파키스탄 영내 파슈툰족 부족장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파키스탄 탈레반 사이에는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존재한다.
상술한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FATA 지역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이 지역에 위치한 테러 거점이 어느 테러 단체에 속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파키스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이 지역의 테러 거점은 대체로 파키스탄 탈레반, 하카니 네트워크, 알카에다 계열 테러 단체에게 귀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하지만 위구르족 테러 활동과 연관 깊은 파키스탄 탈레반의 주요 거점이 분포된 지역이니, 이 지역에 ETIM과 연관된 테러 거점이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연관 있는지는 쉽게 속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파키스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사이의 상명하복 관계가 깨진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이들이 얼마나 통일된 움직임을 보일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 단체와 FATA 지역의 관계를 다루는 글에서 파키스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 하나만 놓고 봐도 우리는 이 기자의 중앙아시아 문제 전문성을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 하자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파키스탄 탈레반을 구분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중국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비록 언론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이 기자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산할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물론 이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정작 이런 정보로 인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기자 한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임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 대 테러 정책에 대해서도 정말 할 말이 많은데, 나는 미국의 대테러 정책이 테러와의 전쟁 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미국은 테러 단체 내부의 부족주의와 종파주의 요소를 무시하고, 이들을 모두 “이슬람 테러 단체”라는 큰 틀로 묶은 다음, 모든 테러 단체를 자신들의 적으로 돌렸다. 당연 부족주의와 인종주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테러 단체들은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운 수준의 단결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미국이 모든 테러 단체를 적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중국과 파키스탄의 대 테러 정책은 미국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이들은 10여년 간 테러 단체들 사이의 인종주의와 종파주의 대립을 교묘히 파고들어 자신들에 반하는 테러 단체(TTP, ETIM, IS 등)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이런 정책은 테러 단체 사이에서 중국과 파키스탄에 대한 내부 의견 불일치를 만들어냈다. 당장에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 탈레반의 대의에 동의하기란 어려운 일일뿐만 아니라, 파슈툰 부족주의를 부정하고 이슬람 세계제국을 건설하려는 IS의 대의에 탈레반 계열의 테러 단체가 동의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나아가 자신들의 존속을 위협할 만큼 테러리즘 세계에서 세를 불리는 IS를 알카에다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겠는가? 만약 미국 정부에서 테러 단체 내부의 대립 구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들 사이의 분열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대 테러 정책을 구상했다면 테러와의 전쟁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렀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모든 테러 단체를 말살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자신들과 협력할 수도 있는 테러 단체까지 탄압했으며(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ETIM이다), 그 결과 모든 테러 단체들이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단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종주의와 종파주의 등 문화적 요소를 무시한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 테러 정책이 오늘날 미군의 불명예스러운 아프가니스탄 퇴각이라는 결말을 불러온 것이다.
내가 관찰한 바를 말하자면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집권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내전 장기화와 이로 인한 위구르족 출신 TTP 테러리스트의 아프가니스탄 침투, 그리고 위구르족에 동정심을 가진 지방 군벌들의 발흥이다(그리고 탈레반을 막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가니 정부는 과거 무자헤딘 시절 군벌들을 재무장시키는 중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영내에는 탈레반만 있는 것이 아니다. IS와 같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반하는 테러 단체들도 있으며, 현재 이들은 내전 상황을 이용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들 중에는 중국, 파키스탄에게 적대적인 알카에다, IS도 있을 뿐만 아니라, 탈레반 계열 테러 조직의 경우 같은 파슈툰족이라는 이유로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동조자를 찾기 쉽다. 만일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장기화될 경우, TTP로부터 훈련받은 위구르족 테러리스트들은 파키스탄 서북부에서 출발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해 타지키스탄 영내 파슈툰족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신장 카슈가르, 야르칸드, 일리 등지로 진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탈레반과 접촉해 ETIM 방지 약속을 얻어냄과 동시에 이들에게 “빠른” 내전 종식을 주문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 러시아를 도와 타지키스탄에 개입할 수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통제불능 상태 장기화를 두려워하지 누가 아프가니스탄의 지배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오히려 명확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외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정치적 성향만 놓고 보면 베이징 지도부가 좋아할 만한 형태의 협상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발루치스탄 민족운동을 몰래 돕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 입장을 고려할 경우, 내심 탈레반 주도 하의 연합정부 수립과 함께 가니 대통령의 하야를 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어떤 정치적 이유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특정 세력을 지지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비전문적이고 글쓴이가 중앙아시아 지역 상황을 잘 모른다는 사실만을 반영할 뿐이다.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쉽게 나눌 수 있는 문제였다면 20년을 끌 필요도 없이 진작에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이 중앙아시아 테러 단체의 소멸로 끝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저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어떤 나라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사실상 점령한 곳에서 불명예스럽게 군대를 철수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나라가 설정한 목표 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책 노선이 처음부터 잘못됐거나 잘못된 정보에 입각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언론인이라면 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으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성격이 미국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테러 단체인지 아닌지를 논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기자들은 엉뚱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소설 책에 나올 법한 내용을 기사로 게재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담은 여러 편의 기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기까지 하는데 이를 보고 무엇이라 평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미 행정부가 무엇이라 주장하든 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실패했다. 현실은 현실이다.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불편하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중국의 실패는 중국이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한 다음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현 단계에서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대립 시나리오는 변수가 많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기사를 써도 공상과학 소설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이런 공상과학 소설이 사실처럼 포장되어 무차별적으로 전해지는 현 상황 자체가 불안하다. 만일 우리가 공상과학 소설에 취해 중앙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두렵건대 중앙아시아의 정치적 변화로 인한 자원 안보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일본이나 중국 같은 주변 강대국의 위성국으로 전략할지도 모른다. 바라기로는 사람들이 보기 싫은 현실도 봤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아프가니스탄 집권을 목표로 하는 탈레반이 중국과 이란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이유가 존재한다. 일단 지도를 살펴보자.
지도에서 보듯이 국토 대부분 지역이 “심장지대(물론 스파이크먼 학설을 따를 경우 조금은 다를 수 있다)”에 해당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바다로 나가려면 파키스탄을 경유하거나, 이란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파키스탄, 이란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가지는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게 있어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발루치스탄 독립운동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받는데, 발루치스탄은 이란과 파키스탄에 의해 동서로 나누어져 있다. 만일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지원 하에 독립할 경우, 그들은 파키스탄과 이란, 중국의 간섭 없이 바다로 진출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아프가니스탄이 독자적인 출해구出海口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파키스탄과 이란, 중국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지정학적 구조를 고려해보면 아프가니스탄 집권을 목표로 하는 탈레반 또한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필수 불가결한 정치적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중국의 외교 정책 성공이라기보다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 대실패 때문이다. 무엇보다 솔레이마니 암살은 미국 역사에서 두고두고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한 계기로 영원히 기록되리라 본다. 브레진스키가 살아 생전 그토록 강조한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 건설을 망각하고, 그들의 전쟁 영웅을 죽인 그 순간부터 미국은 패권국의 자격을 상실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해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으니, 해상세력을 규합해 유라시아 대륙의 정치적 분열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는 미국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적대국이라 할지라도 절대 다른 나라 전쟁 영웅은 암살하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솔레이마니 암살 당시, 이를 찬양한 극우 지식인들과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비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전해주는 정보를 의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만 이 세상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바르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수니파 무슬림이라 해서 다 같은 수니파가 아닌데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뤄보도록 하자. 탈레반과 수니파 내부 급진주의, 그리고 파키스탄 내부의 이슬람 정당이 복잡하게 얽혀있다(JUI와 수피즘의 Naqshbandiyah와 Qaderiyah 단체, 그리고 급진 와하비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저 기사를 보니 중국의 대 테러 정보가 미국보다 못하다는 댓글도 있는데, 어느 정도 사실이기는 하다. 실제로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 테러 단체에 대한 중국의 정보력은 미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앙아시아 테러 단체 관련 정보는 다르다. ETIM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을 때가 90년대임을 생각하면 중국은 못해도 미국보다 10년 앞서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우리는 간혹 중국과 중앙아시아가 접경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할 때가 많다-당연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중앙아시아 지역 테러 단체에 대한 정보는 중국,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많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읽히는 《초한전超限戰(차오량, 1999)》이라는 책이 있는데(영어 및 영어 역본을 기초로 번역된 국역본은 오역이 많으니 중국어로 보는 것을 권한다), 이 책에 보면 빈 라덴과 알카에다의 테러 활동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며, 이들의 테러 활동을 가상 적국과의 전면전만을 대비한 정규군이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차오량 외에도 9.11 이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직접적 접점이 있는 중국, 파키스탄, 러시아, 마수드가 이끄는 북부동맹 등 정부군 관계자 가운데 빈 라덴과 알카에다의 테러 활동의 예의주시하며 효율적인 대 테러 대응책을 놓고 고심한 이들이 적지 않다. 단지 이런 정보를 끝까지 무시한 나라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미국 부시 행정부다.
최근에 공개된 9.11 전후 중국측 외교 비화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국과 파키스탄 모두 미국의 탈레반 정권 전복 계획을 숙고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70-90년대 테러 단체와의 교전 내지는 접촉을 한 이들 국가가 보기에는 미국의 방법(군사적 해결)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극약 처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사전에 중앙아시아 종족주의와 분파주의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탈레반 정권만 없애면 테러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리라고 봤고(그리고 미국 측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 행정부의 오판-모든 테러 단체를 적으로 돌린 일-은 반성하지 않고, 이제 와서 테러 단체들 사이의 연관성 운운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퇴장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중국과 파키스탄은 미국의 실수를 지켜보며, 조용히 중앙아시아 테러단체들의 내부 균열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그래서 미국의 대 테러 정책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방향성에 기반한 미국의 테러 정책을 토대로 만든 보고서를 엄청난 근거인 것처럼 가져오는 기자를 보며,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여러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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