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25

독자들을 위한 짧고 쉬운 지정학 개론

근자에 지정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 같으나 한국에 소개된 지정학 관련서가 적은 고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브런치에 지정학에 관련된 글 몇 편을 썼다. 지정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1. 매킨더의 심장지대론과 정치지리학 비평 https://brunch.co.kr/@96cb4860cbd5418/7 1.1 매킨더의 심장지대론과 정치지리학 비평 심장지대는 영국의 지리학자 페어그리브가 매킨더의 중추지대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 넓게 펼쳐진 내륙 하천 지대와 북극해로 향하는 하천 유역을 뜻한다. 카르 brunch.co.kr 2. 페어그리브의 분쇄지대론과 역사지리학 비평 https://brunch.co.kr/@96cb4860cbd5418/8 1.2. ..

지정학 2021.12.24

새로운 전쟁의 서막: 우크라이나 대평원과 남중국해, 타이완으로

오늘 중국에서 병역법 수정안(초안)을 공포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매년 12월 31일 이전까지 18세 이상의 남성은 자신이 소속된 지역 병역 복무기관에 등록해야 하며, 여성 군인 처우 개선 및 군사 정보 관리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이란과 파키스탄, 터키, 그리고 탈레반이 주도하는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 등 중앙아시아∙중동 국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한 다음, 남중국해와 타이완 방면 진출을 시도할 것이다. 과거 중국은 타이완 진출을 하고 싶어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때문에 양면 공격(①인도, 아프가니스탄 방면과 ②한국, 일본, 타이완 방면) 받을 것을 두려워했는데, 모디 총리의 지원을 받던 아프가니스탄 가니 정부가 몰락..

지정학 2021.08.20

스파이크먼의 반월지대(림랜드) 이론에 대한 단상

스파이크먼의 저서 《평화의 지정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도서로 미국 70년 외교사(1944-2016)를 결정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스파이크먼이 설계하고 키신저와 브레진스키가 틀을 잡은 미국의 반월지대(림랜드) 개입론은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종언을 고했지만(더 정확히는 자이한의 학설이 유행하면서 미국에서 더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휴지통에 버린 스파이크먼의 학설을 중국 학자들이 자국에 소개한 다음, 자신들의 지정학 패권을 논할 때 사용하기 때문에 여전히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만약 스파이크먼이 트럼프 시대를 목격했다면 통곡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일본제국의 팽창, 그리고 몰락을 목격한 스파이크먼은 매킨더의 심장지대 ..

지정학 2021.08.03

지정학적 연구방법론에 대한 단상 (캐나다 앨버타주 미연방 가입설 분석 예시)

지정학은 지구 자연환경 조건과 정치행위와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때문에 지정학은 산맥과 하천, 그리고 사막과 습지, 경작지 및 자원 분포 등 자연환경 요소가 인간의 정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지정학 연구자는 반드시 공간의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이와 같은 이해는 공간의 지형적 특징과 인간 행위의 상관성에 기반해야 한다. 물론 전통적인 지리학(또는 정치지리학)과 지정학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다름 아닌 양자가 세계를 접근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정치지리학을 포함한) 전통적인 지리학은 단순히 자연환경이 인간 활동에 미치는 영향만을 분석한다면(《총균쇠》가 여기 해당한다 볼 수 있다), 지정학은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공간적 통..

지정학 2021.07.19

국내 지정학자들의 연구방향성 문제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국내 연구진이 쓴 지정학 연구서를 보면 마음이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정학은 단지 지도 그려 놓고 정치적 요소를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다. 비록 나 또한 지정학으로 학위를 받지는 않았지만, 이 분야의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보니 몇몇 지정학 고전들과 연구서들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내가 아는 지정학과 한국에서 말하는 지정학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지정학은 ⓐ공간적 특징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이와 같은 공간적 특징이 미치는 정치, 경제, 문화, 교통, 종교, 인종분포 등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다음, ⓒ전략 층위 분석에 기초해 이 지역의 지정학적 성격을 부여하며, ⓓ이와 같은 지정학적 성격이 정치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을 잘 다루기 위해서..

지정학 2021.07.14

2021 제네바 회담: 또 다른 지정학적 대립 구도의 완성

2021년 6월 16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열었다. 이 회담에서 양측은 핵전쟁 방지, 포로 맞교환 등 사안에 합의했지만,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애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에서 작성한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의 외교적 구상-러시아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자-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주는 사건임과 동시에 미국 외교가의 전략적 패배라 아니 할 수 없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20556?sid=104&cds=news_edit 4시간 팽팽한 기싸움 후 각자 기자회견 긴장감 감돌았던 미·러 정상..

지정학 2021.06.18

바이든과 푸틴, 그리고 체임벌린과 히틀러

중러 군사공동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을 때, 지인들은 나에게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심장지대”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아래와 같다. ① 브레진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차 점령하기 이전까지 아시아 국가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리라 봤다. 만약 서방 대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집결한 다음, 볼가그라드(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고 볼가강 중심의 내륙 수로까지 위협하면 러시아는 즉시 항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푸틴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드네프르강을 경계로 하는 새로운 방어선을 원할 것이다. ② 푸틴은 집권 초 오래지 혁명을 묵인함으로써 옐친 시대에 비해 러시아의 방어선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편입시킨 푸틴..

지정학 2021.05.27

지정학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우선 필자는 지정학 전공자가 아니다. 다만 필자의 학위논문과 연관된 신장 지역이 지정학과 연관 깊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려면 좋든 싫든 지정학을 알아야만 했고, 이 때문에 매킨더, 마한, 하우스호퍼, 스파이크먼, 코헨, 브레진스키, 엥그달, 파커, 프리드먼, 팡용강方永剛, 예즈청葉子成, 원윈차오文雲朝 등 연구자들이 쓴 지정학 책을 몇 권 읽었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국내 몇몇 연구자들과 교류하면서 국내의 지정학이 생각보다 발전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정학은 대체로 ①브레진스키의 중앙아시아 블랙홀론, ②프리드먼-자이한 계열의 연구가 대부분인데, 이런 연구들은 대체로 크레시-핸릭슨 계열에 속하기 때문에 유라시아 지역의 정치적 분열의 지속을 전제로 하며, ..

지정학 2021.05.24

리메스와 변장: 중∙러 군사협력체의 형성과 새로운 몽골제국의 등장

최근 들려오는 여러 소식들을 접하다 보면 트럼프, 나아가 극우 지식인들의 주장을 믿은 대가로 우리나라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현재 중∙러 군사협력체의 형성으로 인해 “세계섬” 지역에서 미국의 지정학적∙군사적 우세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일례로 2021년 4월 초,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공세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미군은 흑해에 군함 2척을 파견하려 했으나, 갑자기 이를 취소하고 말았다(4월 15일). 해당 사건 관련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대러 수위조절이라는 평론이 유행했지만, 실제 이유는 언론 보도보다 더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대 터키 제재로 인해 국가 경제가 몰락한 에르도안 정부는..

지정학 2021.05.18

왜 한미일 3개국은 중국의 전략적 진출 방향을 서태평양 방향이라 예상했을까?

트럼프 시대 미국의 전략 부재를 비판할 때 우리는 미국이 이상하리만큼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장쩌민 시대 이후 중국의 대략적인 진출노선은 석유 운송로 확보였고, 이란 후지스탄의 석유를 중국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이었음을 생각하면, 미국의 이와 같은 판단은 황당하다 못해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었다. 심지어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언급하면서 류야저우 《서부론》이라는 글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받은 충격이 컸는데, 어쩌면 그간 한미일 3개국은 기본적(이라고 썼지만 실은 상식선의 문제다)인 텍스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을 억제하겠다고 그간 외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 정치인들이나 부호들이 정치적 이유..

지정학 202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