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25

“중∙러 군사협력체”란 무엇을 뜻할까?

나는 글에서 “중∙러 군사협력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 동맹을 채결하지도 않았으며, (동맹 채결이 임박했다는 기사에 대한) 푸틴 대통령과 중국 국방부의 반응으로 보아 가까운 시일 내로 이들이 군사 동맹을 채결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집권 이래 양국의 군사 행보를 보면 상하이 협력기구(SCO)라는 준 군사동맹이나 다를 바 없는 국제기구를 이끌고 있으며, 상시로 연합훈련을 진행하는 등 동맹이나 다를 바 없는 군사적 유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9년 12월 27일 호르무즈 해상에서 열린 중국, 러시아, 이란 3개국 연합훈련을 시작으로 이란도 본격적으로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

지정학 2021.03.12

패권국의 조건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대체로 특정 지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 내지는 정치, 경제적 우위를 가진 나라를 패권국이라 한다. 일단 패권국을 두 유형으로 나누어야 할 것 같다. ①“세계섬” 지역을 장악한 내륙 패권국 ②해상 무역항로를 장악한 해양 패권국 원래 전통적 의미의 패권국은 “세계섬” 지역의 무역로를 장악한 나라를 뜻했으나, 세계 경제 규모에서 해상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세계 무역로를 장악한 해상 세력 또한 패권국이라 이름하게 되었다. 따라서 내륙 패권국과 해양 패권국에게 요구되는 조건 또한 다르다. 일단 우리는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내륙 패권국이라 칭할 수 있다. ①“세계섬”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통치할 뿐만 아니라, 자국이 직접 지배하는 영토가 바다에서 심장지대까지 이어져 있다. ②주변국..

지정학 2021.03.11

“힘의 공백지대”란 어디를 뜻하는 것일까?

간혹 내가 미∙중 관계에 대해서 설명할 때 “힘의 공백지대”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는 사실을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럼 “힘의 공백지대”란 무엇인가? 이 “힘의 공백지대”가 향후 세계사를 어찌 바꿀 것인가? 여기서는 “힘의 공백지대”에 대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힘의 공백지대”란 발루치스탄 앞바다에서 시작해 타이완 해협에 이르는 인도양-남중국해 해역을 뜻한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이슬람 상인들의 주된 거점이었으며, 냉전 구도로 인해 경제적인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은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에리트리아해 행해기》와 《박물지》만 보더라도 우리는 이 지역이 고대 무역 항로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원래 이 “힘의 공백지대”는 인도와 파키스탄, 베트남과 태국이라는 전통적 경쟁..

지정학 2021.02.28

러시아의 홍해 진출과 트럼프의 중동 정책에 대하여

몇일 전, 나는 S씨의 G-TV를 보다가 크게 웃은 일이 있다. 그는 시리아 라타키아 부근 흐메이님 공군기지의 활주로가 300m 늘어난 것을 근거로 러시아가 중형 폭격기를 배치하기 위해 활주로를 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중동지역 러시아의 공군 역량 강화는 러시아가 수에즈 운하를 장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우려했으며, 이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동 정책이 실패했음을 나타낸다고 강변했다. 일단 취임한지 3주뿐인 바이든 정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S씨가 그토록 좋아하는) 트럼프 정부 임기 말에 홍해에 군사기지를 세웠다. 즉 러시아의 홍해 진출은 트럼프의 실책 때문이지 바이든 행정부의 잘못은 아니다. 2020년 11월, 러시아는..

지정학 2021.02.28

미국은 왜 아시아 지역 군사력 재배치를 언급하는 것일까?

좌: 1970년대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노랑색)와 미군의 주요 병력 배치지역(주황색) 우: 2020년대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노랑색)와 미군의 주요 병력 배치지역(주황색) 및 전략적으로 미군이 배치될 시 중국 압박에 도움이 되는 지역(하얀색)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군 재배치를 다시 언급했나 보다. 그런데 나는 이와 같은 일이 예정된 미래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간의 경제적 충돌을 완화할 것이지만 정치∙군사적 대립을 격화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와 항로를 효율적으로 억압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한반도와 일본에 병력이 집중된 현 병력 배치 상태로는 중국에 충분한 압박을 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군이 한반도..

지정학 202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