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16

고대 일본 한시의 특수성에 대하여

H선생이 일본 한시에 대한 글을 썼다. 선생은 한동안 일본 한시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는데 최근 초야 지식인계에서 중국의 강동 4대 천재로 불리는 C선생이 일본 한시가 조선, 베트남만 못하다고 비판하자 일본 한시의 아름다움과 특수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이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C선생이 그 글을 쓰기 전에 나에게 조선 한시에 대해 물은 적이 있고(물론 두 사람 모두 일본 한시를 비하한 적은 없다), 南方週末에 발표된 이후 나에게 글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나 또한 이 사건에 아주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H선생은 나의 둘도 없는 벗이요, 내가 아는 바로는 H선생과 C선생 또한 절친한 관계다. 그리고 (진심으로 생각하건데) 두분 모두 우리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

기타 2021.04.08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그리스도교 사상에 대한 역사적 고찰

2천 년전, 예수라는 유대인이 로마당국에 의해 십자가에서 사형당했다. 그리고 그는 케리그마에서-이를 어찌 받아들이는지는 각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부활하셨다. 오늘날 그는 종교 사회주의에서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신앙적 그리스도로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믿는 이들의 처지가 모두 같다 할 수 있을까? 저 북녘 땅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믿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에서는 대형 교회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구호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존재한다. 도대체 예수는 누구인가? 한국 보수교회가 불러온 예수라는 홍수가 한국을 덮친 오늘, 정작 예수를 찾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예수 그리스도와 동시대에 살았던 알렉산드리아의 필로는 하느님의 말씀(로고스)에 플라톤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그에게..

기타 2021.04.06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역사 언어학적 고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이란 진실로 막막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구한말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질 즈음에, 조선인들이 불교적 내세관과 하나님 나라를 혼동하였으며, 이 때문에 하나님 나라 사상이 내포하는 종말론적 메시지는 우리 선조들이 하나님 나라와 민간신앙의 극락을 같은 뜻으로 이해되었다. 그럼에도 필자는 하나님의 나라가 결단코 극락이 아니요, 하나님의 통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어떤 이상적인 유토피아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다. 따라서 본고에서 필자는 신약성서에 보이는 “하나님 나라”의 서술적 전환 및 그 연유에 대해 인문학적 고찰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하나님 나라”는 그리스어로 βασιλεια του Θεου라 한다. βασιλεια는 전제군주를 뜻하는 βασιλεύς와 영역을..

기타 2021.04.06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에서: 낙원(παραδεισοs)의 공간적 의미에 대하여

《루가의 복음서》에 보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는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 가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여기서 낙원이라 번역된 단어는 그리스어 παραδεισοs(정원)의 의역으로 본래는 페르시아식 정원(Pairidaeza, 폐쇄식 정원)을 뜻한다. 크세노폰의 《경제론》에 보면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자가 소유한 사르디스의 폐쇄식 정원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이런 정원은 대체로 여러 종류의 식물이 정확한 각도에 따라 기하학적 모형을 이룬다고 기술한바 있다. 키루스 왕자는 스파르타의 리산드로스에게 자신이 이 식물을 직접 재배했음을 자랑했는데, ..

기타 2021.02.25

영원한 시간의 장막 아래: 아브라함 헤셀의 《안식》을 읽고

L 선생께서 아브라함 헤셀의 《안식》을 선물해 주셨다. 이 책은 11월에 이미 다 읽었지만, 오늘 다시 서평을 쓰기 위해 읽으면서 표시한 내용들을 다시 읽어봤다. 나는 헤셀의 글을 읽으면서 틸리히의 《종교신학》에 적힌 내용이 떠올랐다. 틸리히에 따르면 이 세상의 종교는 공간의 종교와 시간의 종교가 있는데, 그리스도교와 유대교는 시간의 종교 범주에 들어가고, 동일하게 역사의 시간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또한 이들과 연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종교와는 달리 그리스도교와 유대교 모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존재론적 의의를 질문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일 누군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비문을 보았다면, 그중에서도 센나케리브의 테일러 석주의 내용을 읽었다면, 누구나 그가 자신이..

기타 2021.02.25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를 읽고

가우타마, 아리아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름이다.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 왕중왕 캄비세스2세에게 반기를 들었던 마기 또한 가우타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방경일 선생은 페르시아의 반군 수장 가우타마와 불교의 창시자 가우타마를 동일인물로 이해했으나, 가우타마 자체가 흔한 이름이라 딱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페르시아의 마기 가우타마를 불교 창시자라 생각할 경우, 우리는 〈베히스툰 비문〉에 나오는 기록을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 오래된 비문 아래 남겨진 기록을 살펴보면 다리우스1세는 자신이 반군 수장 가우타마를 죽였다고 기록해 두었다. 또한 당시 교통로 문제 또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페르시아에서 인도 편자브 지역까지 정비된 포장 도로가..

기타 20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