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중국정부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관계에 대해

계연춘추 2021. 5. 9. 13:48

어제 동아일보에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카르자이 정부를 몰아낸 직후 신장 ETIM을 지원할 경우 중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되리라고 예측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그런데 중국과 탈레반의 관계는 이 기자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중국에서 아프가니스탄 미군을 바라보는 전략적 입장도 이 기사의 내용과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오보에 가까운 기사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기자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측 기사를 거의 읽지 않기 때문인 것 같은데, (물론 중∙러 모두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이상한 언론도 많지만) 중앙아시아에 대한 전통적 이해관계가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빼고서 이 지역 정세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은 어렵다. 심지어 트럼프가 중동 지역에서의 병력 철수를 시작하면서 시리아, 이라크 관련 보도조차 중국과 러시아 언론에서 몇 시간 전에 보도되고, 거의 하루가 다 되어서야 영미권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흔한데(한국에는 이틀 내지 사흘 되어서야 로이터 보도 인용 형식으로 많이 보도된다) 이 지역 관련 중∙러 언론의 오보율이 낮아지고 있음을 생각하면 트럼프의 중동 철수는 이제 언론 보도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어도 트럼프의 외교 실패로 중∙러가 미국과 세계를 이분하고 있으며, 이미 몇몇 지역(중앙아시아, 시리아, 파키스탄, 미얀마 등지)에서 중∙러의 영향력이 미국과 골든크로스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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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아프간 철군 결정’에 위구르족 봉기할라 전전긍긍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안보 상황은 아직도 복잡하고 엄혹하며 테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프간 주둔 외국 군대의 철수는 책임 있고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하며, 테러 조직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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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기사 내용을 비판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목적성을 가지고 글을 쓰게 될 경우, 이 글은 순수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에 대한 비방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에(비판만 할 뿐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다는 비평에 나도 직면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중국정부와 탈레반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일단 신문 기사에 보도된 중국 정부와 탈레반의 접촉은 대략 아래와 같다.

2014년 11월 탈레반 대표 2인이 베이징을 방문해 ISIS에 대한 정보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2015년 5월,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대표단이 중국 우루무치에서 평화협상을 진행했다.

2016년 1월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 미국 대표단이 모여서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정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2016년 3월 10일, 중국 외교부는 탈레반 대표단 5인이 2016년 2월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측과 접촉했는지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2016년 7월 30일 로이터 기사에 따르면 탈레반 고위급 대표단이 7월 18-22일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한다.

2018년 2월 8일, 나토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훈련기지를 공습했다고 한다. 나토에 따르면 이 기지는 탈레반이 ETIM 대원을 훈련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2019년 6월 20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정부와 탈레반의 창립자이자 2인자 압둘∙가니∙바라다르가 이끄는 대표단과의 회동이 이루어졌는지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參考信息 6월 22일자 기사).

2019년 9월, 중국 외교부는 자국 정부와 압둘∙가니∙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과의 베이징 회동을 긍정했다(參考信息 6월 22일자 기사).

눈치 빠른 독자들은 중국과 탈레반이 수차례 접촉했으며, 파키스탄과 함께 카르자이 정부와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중재했음을 알 수 있다. “안보의 무임승차”라는 표현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 중국의 호전적인 매파 장성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이야말로 자국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된다는 견해를 수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일례로 다이쉬의 《C형 포위망: 내우외환 가운데 중국의 돌파전략》을 보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주한미군, 주일미군과 같이 중국을 포위하는 양익으로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는 까닭은 러시아를 해체하고 나아가 중국의 자원 공급망을 끊어버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읽은 자료를 토대로 판단해보자면, 중국 군부를 위시한 보수파는 탈레반이 아닌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자국의 송유관을 위협하리라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정부 입장에서 보자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①“심장지대”에서 자국을 위협하던 강력한 군사적 위협의 제거이며, ②미국의 중국 포위전략 실패를 뜻한다.

여러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중국은 일대일로를 계획하기 전부터 탈레반이 가져올 위협에 대해 고민한 바 있으며, 파키스탄을 통해 이들과 여러차례 접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접촉을 통해 중국정부는 탈레반이 다른 테러단체와 달리 정부 수립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들도 정부 수립 이후 국가 경제 성장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 아닐까(이미 아프가니스탄의 60%는 탈레반이 장악한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탈레반이 참여 또는 주도하는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경제∙군사 방면 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하게 될 자국 주도로 건설되는 철도, 송유관 등을 보호해 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중앙아시아 정세를 이해하면 미군 철수 직후 아프가니스탄의 향방은 파키스탄에 달려있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①만약 파키스탄이 탈레반의 카르자이 전복을 지원한다면 탈레반은 과거와 같이 새로운 이슬람 공화국을 세우겠지만, ②탈레반이 하마스, 헤즈볼라, 하자라족과 같이 원내 정당으로 탈바꿈할 경우, 이들이 내세우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어떤 정부가 세워지더라도 아프가니스탄 북부를 경유하는 A-T-C 철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자국 안보와 관련된 전략자산 건설만 확정될 수 있다면 “이는 아프가니스탄 내정”이라며 (미얀마 사태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방관할 가능성이 크다.


내 생각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중국은 탈레반 고위층과의 교류를 통해 탈레반의 ETIM 지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실제로도 이 같은 방법은 ETIM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여담이지만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재교육 시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란,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또한 침묵을 지켰다. 2021년, 파키스탄에서 중국 대사관을 겨냥한 테러 행위가 있었지만, 이 같은 테러를 사주한 조직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무관한 파키스탄 탈레반으로 밝혀졌다.

고로 중국에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을 “안보 무임승차”로 인식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중국은 이들 미군의 존재 자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 인식했으며, 바그람 공군기지의 미군이 언제든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폭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미군 철수 이후,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정국이 안정화(탈레반에 의한 정부수립 또는 탈레반의 의회 정당화)되는 즉시 자국과 이란을 연결하는 여러 개의 송유관과 철도를 건설해 중앙아시아의 전략자원을 안전하게 중국까지 운반하려 할 공산이 크다(파병의 실질적인 목적도 자국이 건설하는 송유관과 철도 보호일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지도부에게 있어 아프가니스탄을 누가 지배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설사 악마라 할지라도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지만 않으면 중국정부는 그들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기사 내용은 ①중국정부와 탈레반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②중국의 안보전략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 오보를 넘어선 공상과학 소설이라 평가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미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저 기사가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현 상황에서 보자면 그리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저 기사를 쓴 이장훈 기자도 앞으로 기사를 쓰실 때 자료를 더 찾아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2021년 5월 9일




최근 들어 이 조용한 블로그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 글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언론에 공개된 것 하나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이번주 시안에서 열린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 5개국 외교부장 회동에서 이들은 ①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철수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속적 내정 간섭 반대와 ②중앙아시아는 어떤 칼러 혁명(ex. 오랜지 혁명, 재스민 혁명)의 무대도 아니며, 강대국(미국을 겨냥)이 불화의 씨앗을 뿌리는 장소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나아가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민족과 정파가 참여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의 정착과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닌 이들의 상황에 걸맡는 제헌 절차 수립을 주문했다. 적어도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판단할 경우, 중국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어떤 형태로든 계속 주둔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 탈레반과 ETIM을 두려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오히려 탈레반의 정치적 주장-파슈툰 부족주의-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중국 통일전선부 부장급, 부부장급 인사가 교체됐는데 그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라(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부부장이 이슬람교와 가깝다는 소문이 있다). 중국은 향후 몇 년 동안 이슬람 세계와의 연대를 위해서라도 친 이슬람 정책을 펼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실제로 시진핑 지도부 들어서 친중 성향의 이슬람교도들이 중앙 정계로 진출하는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반대로 기독교에 대한 탄압은 강화되고 있다). 이로 보건대 중국정부는 위구르 문제를 이슬람문명과 중화문명의 대립이 아닌 반정부 단체에 대한 탄압 수준으로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탈레반조차 아프가니스탄 집권 당시 (같은 이슬람이지만 시아파를 믿는) 하자라족에 대한 탄압을 자행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중국의 선전(위구르 탄압≠이슬람 탄압)은 생각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그리고 중국이 이슬람을 탄압한다고 해서 미군이 시리아와 이란, 이라크에서 벌였던 만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로 놀라운 사실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탈레반이 ETIM을 도울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중앙아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어떤 기자가 단지 미국 신문 몇 줄 보고 쓴 기사를 근거로 삼고 있다. 나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 전공 분야와 관련이 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경우인데, 내 얕은 지식으로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주장이 유행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3-4년 전부터 중국 대학에 유학하는 아프가니스탄 유학생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유학 비용은 당연 중국정부에서 상당수 제공하고 있는데, 왜 중국정부가 자기 돈 쓰면서까지 이들을 교육하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이 세상은 결코 중국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과 한국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도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으며, 과연 이들의 필요를 그간 누가 만족시켰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2021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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