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하카니 네트워크와 탈레반, 그리고 IS 호라산 지부의 관계에 대하여

계연춘추 2021. 8. 28. 08:54

카불 공항 사건 이후, 국내 언론에서 IS 호라산 지부와 탈레반의 한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와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나 보다. 다만 《조선일보》에서 하카니 네트워크를 IS 호라산 지부의 뒷배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이 같은 주장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 수많은 오보와 거짓 정보를 양산한 《조선일보》가 이런 사안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불쾌하기도 하거니와, 이들은 여전히 테러 단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이해하고 있으며, 탈레반이 이번 테러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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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K, 탈레반 분파 ‘하카니 네트워크’가 뒷배”

IS-K, 탈레반 분파 하카니 네트워크가 뒷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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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참극 일으킨 IS 호라산은 극렬 분파, 탈레반 하카니 네트워크와도 인연

,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두 차례 자살폭탄과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고 스스로 천명한 이슬람국가 호라산지방(ISKP)은 IS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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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은 테러 단체가 하나의 통일체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에서는 하카니 네트워크를 탈레반으로 봐야 할지, 탈레반과는 다른 집단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큰 논쟁이 있었다. 왜냐면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보다 오래된 조직일 뿐만 아니라, 나름의 독자성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만들어진 탈레반과는 달리 하카니 네트워크는 이미 70년대 결성되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과 싸우면서 크고 작은 전과를 올리고 있었다. 당시 무자헤딘을 지원하던 미국 입장에서 잘랄루딘 하카니가 이끄는 이 용감한 저항자들은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무자헤딘 지원금 가운데 약 25%를 잘랄루딘 하카니를 지원하는데 사용했다. 그러나 90년대 이르러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의 분파로 자리잡고, 9.11 이후 다시 독자적인 조직 체계를 만들어(2003)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이들이 ①탈레반 지도부에서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사실과 ②단독 행동을 저지를 만큼 일정한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③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단체와 단독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탈레반과는 구분된 별도의 조직으로 봤다.

그런데 이런 미국 측의 주장이 진실로 설득력 있는지는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오래 전부터 하카니 네트워크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해서는 퀘타 슈라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입장을 여러차례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2010년 전후로 자신들의 근거지를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한 이래, 탈레반 지도부와 별다른 마찰도 없었다(적어도 언론에 드러나는 기사만으로 판단했을 경우 그렇다). 오히려 시라주딘 하카니는 2020년 2월 언론사 기고 형식을 통해 외국 군대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평화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는 IS 호라산 지부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적어도 하카니 네트워크가 탈레반 지도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별도의 증거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2010년대 하카니 네트워크가 아프가니스탄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생긴 변화 조짐(테러조직에서 아프가니스탄 통치를 지향하는 정치군사조직으로의 변화)을 감지한 몇몇 중견 간부급 조직원들이 하카니 네트워크를 탈퇴하는데, 이중 한 사람이 바로 IS 호라산 지부의 수장 샤하브 알 무하지르다. 그래서 하카니 네트워크와 IS 호라산 지부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분명 이들 조직원 중에서는 한때나마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도 있을 것이고, 비록 지금은 다른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고는 하나 동료였던 만큼 개인적인 부탁을 거절하기란 실로 어려울 것이다(하물며 이들이 개인적 의리를 중시하는 파슈툰족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이는 어디까지나 조직원 또는 중견간부의 개인 일탈 행위로 봐야지, 양 테러 집단 지도부 사이에 밀착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다. 물론 하카니 네트워크와 알카에다, 파키스탄 정보부 간의 유착관계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2019년 아프가니스탄 중국인 간첩 사건으로 보아 이 화합의 장(?)에 중국 공안부까지 끼어든 모양인 것 같지만(물론 중국∙파키스탄과 알카에다의 적대관계는 그대로다), 하카니 네트워크와 IS 호라산 지부의 지도부 사이에 긴밀한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된 바 없다(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과거 자기 부하였던 조직원이 조직을 배신하고 다른 조직을 만든 것인데 곱게 보일리가 있나 싶다).

그래서 조선일보의 저 기사(하카니 네트워크가 IS 호라산 지부의 뒷배)는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IS 호라산 지부와 알카에다의 오랜 싸움을 생각해 보면 하카니 네트워크가 IS 호라산 지부를 곱게 볼 리 없다. IS 호라산 지부의 활약으로 인해 한때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천명의 조직원을 거느리던 알카에다는 이제 고작 수십명에서 500명 미만의 군소 테러 조직으로 전략했고, 그나마 남은 이들도 탈레반에 기생하며 연명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탈레반 내부 분파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하카니 네트워크와 알카에다의 관계는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신의와 의리를 중시하는 《파슈툰족 습관법》을 고려할 경우, 이들이 아버지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긴밀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역설적으로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어낼 수 없기 때문에 하카니 네트워크는 IS 호라산 지부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설 수밖에 없으며, 이번 테러 사건이 일어난 카불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것이 하카니 네트워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추론은 더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라루딘 하카니는 탈레반 내부 권력 투쟁에서 밀릴 수도 있음을 고려해보면, 하카니 네트워크가 IS 호라산 지부의 뒷배라는 가정은 성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구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의 증언도 가려서 들을 필요가 있는 것이 하카니 네트워크와 파키스탄 탈레반, 그리고 IS 호라산 지부 모두 파슈툰족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비록 지도부 사이의 협력은 어려워도 조직원의 개별적 협력은 가능하고, 무엇보다 미국과 구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자살 폭탄이라는 극단적 방법 자체를 하카니 네트워크가 아프가니스탄에 도입시킨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저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조직원들 상당수가 한때 같은 동료였고, 미국에서 근거로 삼는 몇몇 극단적인 테러 행위 방법조차 10여년 전에 도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정적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이지 않나 싶다.

오히려 나는 《조선일보》가 (그들 주장에 따르면 탈레반의 이슬람 형제인) 위구르족 테러리스트를 걱정할 때라고 생각한다. 탈레반이 중국의 요구대로 자신들의 영내에 ETIM 훈련기지 설치를 금지한 이래, 위구르족 테러리스트들은 개인 자격으로 IS 호라산 지부와 TTP 같은 다른 테러 단체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이중에서 위구르족이 제일 많이 지원한 테러 단체가 바로 IS 호라산 지부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는 미국과 IS 호라산 지부의 싸움을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이를 차도살인이라고 한다). 또한 IS 호라산 지부는 파키스탄 탈레반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당시 파키스탄 탈레반은 IS 지지성명을 낸 바 있으며, 파키스탄 탈레반 내 중견 간부였던 하피즈 사이드 칸이 IS 호라산 지부의 책임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TTP 역시 위구르족 테러리스트를 많이 받아들이는 단체일 뿐만 아니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 활동을 수차례 저지른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보복 공격이 현실화되면 IS 호라산 지부와 더불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집단은 개인 자격으로 IS 호라산 지부와 TTP에 가입한 위구르족 테러리스트들이 아닐까 싶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15/01/30/2015013000057.html

ISIS, 터키·파키스탄 넘어 인도·中까지 넘보나

테러조직 ISIS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동맹군의 공습이 시작된 지 반 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영향력은 오히려 더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터키에 이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북부까지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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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공항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하루 전까지도 미국이 ETIM를 테러 단체 리스트에서 삭제하려 했음을 생각하면 세상만사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실로 어려운 것 같다.




카불 공항 테러라는 비극이 일어난 직후, 국내 언론을 살펴보니 “이슬람 형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중국 신장 위구르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이슬람 형제” 운운했으면서 IS의 카불 테러가 터지자마자 이 테러 단체의 끈끈함을 표현하는 문학적인 수사가 왜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슬람 형제끼리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가?

만일 우리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벌하는 새로운 법안이 없으면, 우리 언론(특히 보수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우리 언론의 오보에 가까운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중국이 신장 위구르 문제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것이다.
→《동아일보》 이장훈 애널리스트
https://weekly.donga.com/3/all/11/2625964/1

中, ‘美 아프간 철군 결정’에 위구르족 봉기할라 전전긍긍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안보 상황은 아직도 복잡하고 엄혹하며 테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프간 주둔 외국 군대의 철수는 책임 있고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하며, 테러 조직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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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이슬람 형제인 ETIM 계열 테러리스트들을 도울 것이며, 이슬람 신앙으로 뭉친 테러 단체들은 중앙아시아에 수니파 벨트를 만들 것이다.
→《조선일보》최유식 소장, 《중앙일보》 정은혜 기자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1/07/26/AR27S76WNJALNMQAJSLNXSNZQ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최유식의 온차이나] ‘제국의 무덤’ 마주한 중국

최유식의 온차이나 제국의 무덤 마주한 중국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정권 복귀하면 숨죽였던 위구르 독립 무장세력 부활할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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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0235

셰일혁명의 나비효과...바이든, 시진핑에 탈레반 떠넘겼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남중국해를 통하지 않는 에너지 루트를 개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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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경내가 아닌 파키스탄 FATA 지역에서 ETIM 테러리스트를 훈련시킬 것이고, 와한회랑을 통해 중국으로 보낼 것이다.
→JTBC 정용환 기자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18373

[중국은, 왜] 탈레반 눈치 보는 중국, 밑빠진 독 물붓는 신세

ㆍ2010년 아프가니스탄 무장 정파 탈레반의 공동 설립자로서 파키스탄에 체포돼 지하 감옥에서 잊혀진 인물. ㆍ탈레반 지도자..

news.jtbc.joins.com


이중에서 제일 크게 웃었던 것은 정용환 기자의 글이다. 큰 웃음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다. 물론 웃고 나서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지만.

p.s. 정은혜 기자의 기사는 생각해 볼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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