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카불 공항 테러와 판지시르의 저항자들

계연춘추 2021. 8. 27. 11:54

어제 IS의 카불 공항 테러가 있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재까지 90여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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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불공항 인근서 IS 자살폭탄 테러…"미군 등 72명 사망"(종합4보) | 연합뉴스

(뉴델리·워싱턴·테헤란=연합뉴스) 김영현 류지복 이승민 특파원 =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서방 국가의 대피 작전이 긴박하게 이뤄지던 아프가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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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CBS "카불공항 테러 사망자 90명으로 늘어…150명 부상" | 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사망자가 90명으로 늘어났다고 미 CBS방송이 26일(현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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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즉각 성명을 내고 IS의 테러 행위를 규탄했는데, 탈레반 지도부에게도 있어 이번 공항 테러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다. 탈레반은 미군이 빨리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나기를 바라고 있으며(그래야 비 파슈툰족 계열 군벌 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이 가능하니까-《파슈툰족 습관법》은 복수를 허용한다), 이 때문에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에게 8월 31일 전까지 무조건 철수 작업을 완료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만일 미국이 이번 테러를 이유삼아 아프가니스탄에 더 오래 주둔하게 될 경우, 탈레반의 비 파슈툰족 탄압 계획도 몇 주, 심하면 몇 달을 미루어야 할 것이며, 이는 살레와 아흐마드 마수드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타지크 계열 반 탈레반 저항군에게 세력를 규합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번 공항 사건만큼은 탈레반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미국에 최대한 협조하리라 본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중앙아시아 테러리즘 세계가 사실상 2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①탈레반-알카에다 계열: 탈레반을 주축으로 하며, 아프가니스탄에 파슈툰 부족주의에 입각한 신정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알카에다는 조직원을 빼앗는 IS와 시시각각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탈레반 또한 IS에게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2015). 이중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탈레반은 현재 중국, 파키스탄,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②IS 호라산 지부와 TTP 계열: 성전주의자들로 탈레반-알카에다 계열과 대립하거나 IS 호라산 지부에 명목상 예속된 단체들이다. IS 호라산 지부와 TTP를 필두로 ETIM, IMU등이 여기 속해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ETIM 테러리스트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발흐(마자르-이-샤리프)에 도착한 다음, 힌두쿠시 전략도로를 따라 카불까지 남하한다고 한다.

※ 지도에서 노랑색은 IS 호라산 지부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 파랑색은 살레와 아흐마드 마수드의 저항군이 모인 판지시르, 빨강색은 탈레반이 장악한 도시들.

흔히들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아프가니스탄 통치를 목표로 하는 탈레반과 달리 IS 호라산 지부는 애초에 특정 지역을 지배할 생각이 없다. 현재 IS 호라산 지부가 활동하는 지역은 ①카불과 ②마자르-이-샤리프 2곳인데, 이 지역은 예로부터 힌두쿠시 산맥을 넘는 교통로(2010년 모디 총리는 이 고대 교통로를 따라 힌두쿠시 전략도로를 건설했다)가 지나는 지역이다(지도를 참조하라). 당연히 IS 호라산 지부가 목표하는 바도 명확하다. 이들은 과거의 산적때처럼 무역로를 지나가는 상인들을 약탈하거나 납치해서 몸값을 받아내는 것이 목적이지, 탈레반처럼 명확한 정치적 목표(외세를 몰아내고 파슈툰 부족주의에 입각한 신정국가를 세운 다음, 물류 허브였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명확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다. IS는 그야말로 그리스도교에 기반한 현대 문명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테러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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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프간 러시아 대사 "아프간에 IS 대원 4천명 은신 중"(종합) | 연합뉴스

(서울·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김형우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이 4천 명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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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IS 호라산 지부는 4천명 정도로 추정되며,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 인근 산악지대에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이들이 자폭 테러를 저지른 이유도 미국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이런 테러 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알카에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굳히고, 와하비즘과 반미정서에 빠진 무슬림들의 후원을 얻으려는 것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면 이번 카불 공항에서 일어난 이들의 테러 행위는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198825&code=61131111&cp=nv

판지시르 계곡의 ‘기적’ 다시 일어나나…반탈레반 결전 준비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부군 출신 저항세력이 마지막 항전을 하고 있다. 탈레반은 저항세력 근거지인 판지시르를 포위하는 동시에 ‘포용적인 신정부’를 내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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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8월 24일 아프가니스탄 모 신문에 따르면 타지키스탄이 헬기를 동원해 이들에게 군용 물자를 공급했다고 한다(물론 타지키스탄 정부는 부인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중국은 자국 무장경찰 관계자를 타지키스탄에 파견하고, 타지키스탄 내무부 장관과 국가안전위원회 주석에게 서신을 전달했다고 한다. 비록 이날 타지키스탄 라흐몬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자신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탈레반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구성”이라는 약속을 어겼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 광경을 보면서 어딘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왜냐면 탈레반 정부 전복 이후, 파슈툰족 출신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을 가장 잔인하게 죽인 이들이 바로 타지크-우즈베크계 군벌들이기 때문이다. 도스툼의 컨테이너 사건(포로로 잡은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을 컨테이너에 가둬 굶어 죽게 한 사건)뿐만 아니라, 예전 신문 기사 찾아보면 북부동맹 출신 군벌들이 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을 얼마나 잔혹하게 죽였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탈레반의 잔혹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을 꺼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파슈툰족 출신 탈레반이 믿는 《파슈툰족 습관법》은 복수를 허용하고 있으며, 일부 북부동맹 출신 군벌들은 누가 봐도 복수 당할 만한 짓을 해왔다. 지금 아흐마드와 살레가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달라는 뜻이다. 탈레반 정권 전복 이후, 북부동맹 출신들은 오랜 세월 아프가니스탄 사회의 기독권 세력이었으며, 카불 정부의 명령조차 따르지 않는 강력한 사병 집단들을 가지고 지역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20년 동안, 이 파슈툰족이 세운 나라의 군권을 타지크족과 우즈베크족 출신 군벌과 군인들이 잡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대통령 같은 얼굴마담과 국가 재정만 파슈툰족 출신 관료들이 맡았다).

탈레반이 말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는 애초에 파슈툰족 남성으로만 구성된 정부를 뜻한다(이는 탈레반의 파슈툰 부족주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 파슈툰족 남성으로만 구성된 세계에서 타지크족과 하자라족 출신 군벌이 낄 자리는 당연히 없다. 살레와 아흐마드 마수드가 싸우는 이유 또한 그간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을 일부 인정해 달라는 군사적 시위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타지키스탄 라흐몬 대통령 또한 타지크족 출신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다수의 싸움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언론이 강요하는 선과 악의 틀에서 벗어나 이들이 진정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타지크족 입장에서는 수백 년 동안 지속된 파슈툰족의 지배를 다시는 받기 싫을 것이고, 반대로 탈레반 또한 파슈툰족이 세운 나라에서 타지크족과 우즈베크족 군벌들이 군권을 잡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 두 세력의 싸움을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래서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단순히 탈레반과 IS의 싸움, 또는 탈레반과 저항세력의 싸움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 뒤에는 사실상 중앙아시아를 오랜 세월 분열시킨 부족주의와 종파주의 대립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이후, 적어도 1-2년 동안 탈레반은 이들과의 싸움을 지속할 것이다.

나는 이 싸움의 승패를 예측하지 않겠다. 그리고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 다만 이들이 각자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꼭 기억하도록 하겠다.





중국과 IS 등 테러 단체와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는데 여기서 나는 기사 몇 개를 공유하고자 한다.

2009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아부 야히아 알-리비 등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탄압에 격분한 나머지 중국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1&oid=016&aid=0000311201

격분 알카에다 “다음 목표는 중국”

SCMP “신장 위구르 형제 유혈진압 中정부에 보복”…전세계 이슬람 동조 움직임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이슬람 무장세력 알카에다가 중국의 신장(新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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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4&oid=016&aid=0000320723

“위구르족이여 中에 맞서 싸워라”

알카에다 지도자 알-리비웹사이트통해 성전 촉구전 세계적인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인들에게 중국에 대한 성전(聖戰)을 촉구하고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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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파키스탄 탈레반이 중국인 여성 관광객을 살해했다. 이전에도 발루치스탄 반군에 의해 중국인이 살해된 경우는 있었지만, 파키스탄 탈레반의 반중국 활동이 우리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400&key=20120303.22010204844

탈레반, 中 관광객 살해 `중국 격앙`

- 파 페샤와르서 여성에 총격 - 중국, 테러조직 소탕 등 촉구 - 외교관 현지 파견 강력 대응 파키스탄 탈레반이 중국 당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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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IS는 중국인 관광객 2명을 처형했고, 이에 베이징 지도부는 격분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4&oid=214&aid=0000558980

[김상철의 세계는 우리는] 문일현 "IS의 중국인 처형, 지금 중국 분위기는 경악과 분노"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 FM 95.9 <김상철의 세계는 우리는> (18:05~20:00)■ 진행 : 김상철 앵커 ■ 대담 : 문일현 / 중국 정법대 교수 - 중국 정부, 이례적으로 곧바로 성명 발표…이번 사태 심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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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 언론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IS에 대항하기 위해 탈레반과 손잡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중국은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 시대 때부터 탈레반과 교류하면서 ETIM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중국과 탈레반의 교류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탈레반은 약속을 지켰고, 지금도 탈레반 영내에는 ETIM 기지가 없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160108003181?OutUrl=naver

IS 격퇴 위해선… 중·러 “탈레반과 협력”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이 같은 금언은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에도 적용된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중국이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segye.com


이 기사들을 보면 발루치스탄 반군, 파키스탄 탈레반, 알카에다, IS가 중국에 적대적인 것과는 달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오래 전부터 중국과 교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IS와의 싸움을 천명한 것을 적극 지지하며, 이를 빌미로 탈레반의 정국 장악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변국을 설득시킬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위구르 출신 테러리스트들 가운데 상당수가 IS와 TTP에 가입했음을 생각하면, 중국이 미국과 IS의 싸움에 반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오히려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 지도부는 이번 카불 테러 사태와 같은 상황-탈레반의 정국 장악이 늦어지는 틈을 타서 다른 테러 단체들이 발흥하는 경우-을 가장 두려워하기에 미∙중∙러 3개국이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협력하리라 본다. 대신 중국과 탈레반은 미 재무부 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고, 미국이 이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경우, 미군이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 영내에서 IS 호라산 지부 수뇌부 제거 작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카불 공항에서 돌아가신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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