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미국은 왜 아시아 지역 군사력 재배치를 언급하는 것일까?

계연춘추 2021. 2. 28. 01:37


좌: 1970년대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노랑색)와 미군의 주요 병력 배치지역(주황색)
우: 2020년대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노랑색)와 미군의 주요 병력 배치지역(주황색) 및 전략적으로 미군이 배치될 시 중국 압박에 도움이 되는 지역(하얀색)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군 재배치를 다시 언급했나 보다. 그런데 나는 이와 같은 일이 예정된 미래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간의 경제적 충돌을 완화할 것이지만 정치∙군사적 대립을 격화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와 항로를 효율적으로 억압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한반도와 일본에 병력이 집중된 현 병력 배치 상태로는 중국에 충분한 압박을 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군이 한반도에 배치될 40-5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는 둥베이 지역이었고, 한반도는 둥베이 공업지대를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 대규모 병력이 배치될 필요성이 있었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나아가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도 한반도 전역이 미국에게 넘어가는 것은 주요 공업지대인 둥베이 지역을 적에게 노출시키는 꼴이었기에,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미군이 압록강-두만강 선을 확보하는 것을 막아냈다. 이처럼 50년대 둥베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 동시에 개입함과 동시에 이후에도 이 지역의 군사적 대치국면이 지속되는 외부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북방 편중적인 중국의 경제 구조는 점차 남방 편중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었다. 이미 중국 동남 해안지대에서 만들어지는 GDP는 중국 총 GDP의 60%에 해당하고 있으며, 작년 코로나19가 유행할 동안에도 이 지역의 수출경제 활성화는 중국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그나마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만일 미∙중 간의 정치∙군사적 충돌이 격화된다고 가정할 시, 미국은 당연 중국의 경제 중심지인 長江 하류와 珠江 삼각주 지역을 위협할만한 충분한 수단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고, 당연히 한반도에 밀집된 병력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지로 분산 배치하고 싶어할 것이다. 아울러 타이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레드 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강경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타이완이 長江 하류와 珠江 삼각주 지역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럼 기존처럼 한반도와 일본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가? 물론 미국도 북핵 문제에 더해 여전히 중국 수도 베이징을 위협할 수 있는 한반도에서 자국 병력을 완전 철수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에 비해 과대평가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과거 한반도는 중국의 수도뿐만 아니라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까지 위협할 수 있었기에,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는 옳은 판단이었지만, 지금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가 모두 동남 해안지대나 내륙 지대로 이동한 상황에서 대규모 병력을 이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아니면 중국의 주요 무역로와 동남 공업지대를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남중국해와 인접한 국가들에 병력을 분산 배치하는 것이 좋을까?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병력 재배치를 하지 않는 이상, 중국의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혹자는 이에 대한 반론으로 중국이 태평양으로 가는 출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강변하겠지만, 이런 이들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 저지 역할은 일본 소야해협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망각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북핵의 성공적 개발로 인해 현재와 같은 한반도 지역의 군사적 대치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유사시 한국군이 북한 지역을 경유해 중국을 위협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설사 이 같은 무모한 작전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한미 양국 가용병력의 상당수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반도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은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거나 중거리 미사일 배치, 또는 공군기지에 배치된 폭격기를 동원해 베이징과 톈진을 폭격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MD의 경우 이미 성주에 사드 포대를 배치함으로써 실현됐고,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됐을 때는 이미 미∙중 양국 관계가 전쟁 직전까지 발전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베이징 등지 폭격는 미∙중 간 총전력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반대로 남중국해 인접국가(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미군을 분산 배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미군은 이 일대에서 다양한 군사적 훈련을 통해 자신들이 중국의 해상 교통로를 봉쇄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고, 나아가 중국의 주요 공업지대인 長江 하류와 珠江 삼각주 지역을 폭격할 수도 있음을 군사적으로 과시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한반도에 소수의 미공군 편대와 MD 포대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이 배치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미국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병력 배치 유지가 과연 최선이라 할 수 있는가? 미국이 재배치를 늦출수록 남중국해와 인도양에는 거대한 힘의 공백지대가 유지될 것이고, 지금도 중국은 이 지역에서 자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일대일로의 주요 진출 방향이 남중국해와 인도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미군이 병력 재비치를 고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혹자는 미국 《국방수권법》을 근거로 한국에서 주한미군이 감축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할 것이지만, 결국 미군이 국회까지 설득시키는 것은 시간문제라 본다. 미∙중의 정치∙군사적 대립이 격화될수록 미군 재배치 문제는 다시 거론될 것이며, 재배치되기 직전까지 미국은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진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국회도 자신들의 해양 패권 수호를 위해서라도 미군 전력 재배치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미군이 병력 재배치를 위해 한반도에서 병력을 빼내더라도 우리 입장에서 반드시 남겨야할 전략 자산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고,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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