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徐廣 《史記音義》 引文의 誤用 문제에 대하여

계연춘추 2022. 1. 25. 04:53

오늘 지인의 추천을 받아 아래와 같은 충격적인 동영상을 봤다.

https://youtu.be/HG0OYqA23Qw


이 동영상의 제작자는 《사기·하본기》에 인용된 서광徐廣 《사기음의》의 인용문(徐廣曰 海 一作河)을 근거로 고대 중국에서 바다가 하라고 불렸다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일단 서광은 4-5세기 때 사람이다. 사마천과 동시대 인물도 아니고, 사마천 본인과 어떤 혈연 관계가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서광이 사마천의 직계 후손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광이 살던 진나라 때는 강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텍스트의 유실, 필사 과정에서의 오류 등이 심각했고, 이 때문에 가장 권위있는 역사서 중 하나인 《사기》 또한 연문衍文과 탈오자 문제가 존재했다. 《사기음의》는 이 같은 텍스트 문제를 해결하고자 집필된 일종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一作은 …… 만일 문헌학을 배웠다면 교수校雠에 사용되는 약속된 부호와도 같은 표현법을 접할 수 있는데, 一作은 바로 여기 해당한다. 다른 판본에서는 《사기》 원문의 “入于海”가 “入于河”로 되어있다는 뜻이다.

내가 보니 이 동영상 제작자는 대륙사관이라 불리는 변종 《환단고기》 추종자 같은데, 더 이상 어떤 평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는 무식함을 넘어 미련한 짓이다. 고서를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면 저런 접근법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단 서광이 진나라 때 인물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은 차지하고서라도 一作을 저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그리고 패수에 대한 《설문해자說文解字》의 기록과 《수경水經》의 기록은 대체로 일치할 뿐만 아니라, 《설문해자》의 기록은 《수경》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거늘 도대체 《수경》과 《설문해자》를 나누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한 《한서·지리지》에 따르면 낙랑군 패수현에서 패수가 발원하여 서쪽으로 흘러 증지에서 바다로 흘러간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어찌 설명할 것인가?

물론 《수경》의 몇몇 기록에서는 작은 하천이 황하, 양자강과 같은 거대 강물로 유입되는 경우를 “바다로 흐른다入于海”고 쓰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 같은 용례는 그야말로 《수경》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일 뿐 아니라, 다른 사서에서는 이와 비슷한 예시를 찾아볼 수 없다. 이조차 저 동영상 제작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황하를 바다로 불렸다기보다는(바다→황하) 황하가 바다로 흐르기 때문에 작은 하천이 황하에 유입되는 것을 바다로 흐르다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말이다(황하→바다). 어찌됐든지 저 一作에 대한 설명은 면죄부를 받기 어렵다. 결론은 얼추 비슷해 보여도 저 동영상 제작자는 너무 나가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아마도 《수경》 패수조의 “東入於海” 또한 실제 바다가 아니라 (동남쪽으로 흐르는) 비류강과의 합류 지점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一作조차 모르는 이들이 우리 역사를 새로 쓰는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우리 역사의 또 다른 비극을 알리는 신호소리일 것 같아 두렵다.




《환단고기》를 찬양하는 자들도 문제지만, 이를 무작정 반대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학설만을 취하는 자들도 문제다. 《수경》의 해/하海/河 혼용 현상은 여러 학자들이 지적한 바 있고, 일단 《수경》 외 다른 텍스트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기에 《수경》에서만 보이는 특수한 현상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나는 대동강 상류, 청천강 등지를 패수로 불렸다가, 훗날 대동강 본류 전체를 패수로 부른 것이 아닌가 싶다.

이래저래 극단주의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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