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훈묘지명〉의 진위 논란에 대해》라는 글을 쓰고 나서

계연춘추 2022. 1. 19. 11:10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辛德勇 선생이 발견한 것 외에 다른 수상한 점이 없는지 찾느라 힘들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다름 아닌 위조품 《이훈묘지명》에 나오는 내용 가운데 근본 없는 글귀들은 대체로 《수당오대묘지회편∙낙양권》에 집중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수상하기는 하지만 심증일 뿐,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말을 아끼겠다.

다만 낙양지역은 예로부터 묘지명 위조품 사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낙양에서 발견되는 묘지명 가운데 절반 이상(8할로 기억하는데 내 기억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은 위조품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위조품 제작상들의 수준도 높고, 위조품 제작자와 상인들, 그리고 관련 업체 사람들이 하나의 카르텔을 이루어 학자들을 속이기에 위조품 여부를 분간해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 위조품 상인들이 지금쯤 어디선가 쾌재를 부르며, 음습한 곳에서 학계 연구자들의 무지함을 비웃을지 누가 알겠는가?

추가로 한 마디 더 하자면 최근 한국 학계에서 고구려와 백제 역사 연구자들이 낙양 일대에서 발견된 비문을 토대로 연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만일 정식 고고학 발굴로 발견된 묘지명이 아니라면 낙양 지역 출토 묘지명은 가급적이면 신중을 가하라 권유하고 싶다. 위조품 상인들에게 가장 좋은 먹이감은 다름아닌 기존 문헌이 적어 자신들이 위조를 하더라도 사실여부조차 판명할 수 없는 고구려, 백제, 일본 관련 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이나 일본 학자들이 큰 돈을 자신들에게 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여기까지 보고 어떤 고구려, 백제 관련 비명(이미 관련 학위 논문도 나왔다)이 생각난다면 지금 당신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의심하는 비명이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 비명이다.

내가 권유하고 싶은 것은 낙양지역에 한해서라도 발견된 비명 가운데 출처가 불분명한 비명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몇몇 학계 권위자들의 연구 성과는 뒤집힐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우리 모두 담담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단지 그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자신의 실수조차 인정할 수 없는 자리에 올라갔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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