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수니파 벨트 가설에 반박하며: 중앙아시아 부족주의와 종파주의 싸움에 대한 단상

계연춘추 2021. 8. 22. 23:06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분석 글을 보면서 재미있는 가설을 접했는데, 바로 수니파 벨트가 만들어져 중국의 “일대일로” 제안에 따른 교통 인프라 건설을 방해할 것이란 주장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0235

셰일혁명의 나비효과...바이든, 시진핑에 탈레반 떠넘겼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남중국해를 통하지 않는 에너지 루트를 개발해 왔다”

www.joongang.co.kr


이 주장을 살펴보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한 것은 셰일가스 혁명 때문에 더 이상 중동 지역에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고, 가까운 미래에 탈레반이 같은 수니파인 위구르족 독립운동을 도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은 곁보기에는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아시아 부족주의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하나피 학파와 부족 습관법의 공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일 가능성이 있다.

하나피 학파가 중앙아시아에서 유행할 수 있던 까닭은 이들이 중앙아시아 인종집단이 가지고 있는 부족 고유의 습관법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슬람 학파와 달리 하나피 학파는 다양한 유목민족들이 예로부터 지키는 습관법과 전통적 제례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 때문에 중앙아시아의 여러 유목민족들은 별다른 무리 없이 무슬림 신도가 될 수 있었다. 달리 말해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들이 지키는 샤리아는 《꾸란》에 입각한 법률체계일 뿐만 아니라, 이들 고유의 습관법과 전통제례도 포함된 개념이다. 따라서 이 지역은 통일된 이슬람 법률체계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이슬람 법률체계과 여러 민족들의 습관법이 혼합된 법체계가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고 이해해야 한다. 이는 대다수 토착민이 아랍인에 동화된 시리아-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 같은 문화적 요인 때문에 중앙아시아의 수니파 하나피 학설을 따르는 민족들(파슈툰족,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카자흐족, 위구르족 등)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자신들을 이슬람 신앙의 추종자라고 주장하지만, 실상 이들이 믿는 신앙체계는 이슬람 종교 제례가 가미된 부족 전통과 습관법이 혼재된 복합체이며, 어떤 제례 풍습은 고전적 이슬람 예식과 충돌하기도 한다. 이들이 지키는 샤리아도 자세히 살펴보면 상거래와 재산 문제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호환되지 않으며, 일상생활과 관련한 규정에 대해 율법학자 또는 부족장이 절대적인 해석권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파슈툰족 사회에서 보이는 여성 또는 아동 학대 관련 풍습은 하나피 학파의 문제인지, 아니면 파슈툰족 문화 및 《파슈툰 습관법》의 문제인지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아시아의 부족주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파슈툰족의 지지를 받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부통령 살레와 아흐마드 마수디는 판지시르를 중심으로 반 탈레반 세력을 규합하고 있으며, 몇 개 지역을 탈레반으로부터 탈환하는데 성공했다(물론 대다수 언론은 이들이 타지크족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지만 말이다). 이와 같은 부족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대립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 자체가 예로부터 중국-인도 중개 무역권을 놓고 부족 간의 다툼이 심한 지역이고, 이 때문에 중앙아시아에서 다른 부족 출신은 “이슬람 형제”가 아닌 무역 이권을 둘러싼 부족 투쟁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탈하는 경쟁자이자 적이다. 여기에 더해 탈레반의 내부 계파 투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같은 부족 내부에도 혈연과 경제적 이익으로 뭉친 다양한 계파가 존재하며, 이 계파들은 부족 정치 주도권을 놓고 서로 다투기도 한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부족 정치는 이 지역의 유목민족 왕국들이 분열된 주된 원인이자,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가능케 한 정치적 요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이 일대 유목민족들의 타 부족에 대한 경쟁심리와 적대감은 부분이나마 남아있으며, 탈레반과 살레-마수드 반군의 대립으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중앙아시아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중앙아시아의 지리적 위치 또한 이들이 하나로 뭉치기 어려운 요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①(임진왜란 전까지) 주로 북방에서 강력한 적이 침공하는 한반도와 ②대채로 동방에서 그리스도교 문명을 없애려는 적이 쳐들어오는 유럽과 달리 ③중앙아시아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뚫려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자연 국경을 이루는 파미르고원을 제외하면 어느 곳에서나 적이 쳐들어올 수 있는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적 대응 수단(ex. 십자군)을 조직할 수 있던 유럽 제국이나 국가로서의 소속감이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던 한반도와는 달리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유목민족들은 지역 안보 위기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랐으며, 강력한 적에 대응하는 일치된 행동을 보여줄 수 없었다. 어떤 부족에게는 중국이 자신들의 군사적 위협인데 반해, 그들과 인접한 다른 부족에게는 중국이 자신들의 동맹이자 경쟁세력을 제거해주는 우호 세력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방에서 쳐들어오는 적에 대해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이 지역은 항상 분열된 오아시스 도시 국가들이 독자적인 세력권을 이루어 존재했으며, 개별적 오아시스 도시 국가들이 단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력도 약하다 보니, 북방의 유목민족이나 서방의 페르시아 왕중왕의 대군이 오면 성문을 열고 항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리하자면 역사적으로도 이들은 종교나 이데올로기의 기치 아래 하나의 세력으로 뭉친 적이 없다.

이 글을 쓴 기자는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이 수니파다 보니 막연히 이와 같은 종교를 매개로 한 벨트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상 이 지역을 지배하는 것은 이슬람 신앙으로 뭉친 공동체 의식보다는 부족주의에 입각한 뿌리깊은 분열과 반목이다. 이런 적대심은 비단 아프가니스탄 파슈툰족에게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위구르족도 이스마일파 위구르족 문제(이들은 시아파다)가 있으며, 사릭 위구르족에 대한 역사적 탄압이 존재하며, 수니파 위구르족조차 ①호탄을 중심으로 하는 타림분지 남부의 위구르족과 ②카슈가르-악수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위구르족, ③투르판 일대의 위구르족 등 내부 분열 요소가 존재한다. 인종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버리면 이들이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보면 이들이 오랜 세월 중국의 지배를 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위구르족은 분열되어 있으며, 베이징은 이들 내부의 분열과 반목을 이용해 자신들의 지정학적 통치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만일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의 분열과 부족주의 대립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중화제국의 지정학적 지배 구조에 대해서도 모를 수밖에 없다.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수니파 벨트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해 만들어지려면 진작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간 중앙아시아를 지배한 부족 정치의 폐해를 생각하면 이 일대에 종교를 매개로 한 십자군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난센스다. 아마도 이 기자는 중앙아시아 부족주의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랍권 전문가에게 해당 문제를 물어봤고, 이 아랍권 전문가는 서아시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중앙아시아 지역 상황을 상상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를 말하자면 아랍권과 중앙아시아는 같은 문화권으로 묶는 것이 서로에게 미안할 만큼 다르다. 이 지역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복잡하며, 정치적 분열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부족주의 대립이 심하다(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들이 부족주의와 종파주의 대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려면 미국처럼 이들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강력한 세력이 출현해야만 그나마 가능한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실패를 지켜본 “심장지대” 국가들이 그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를 것 같지 않다.

자원 문제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하자면 자원 패권은 아래 세 가지 조건을 본다.

자국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능력.
적대국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
적대국이 필요한 자원을 안전하게 운송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

프리드먼-자이한 계열의 문제점은 자국이 필요한 자원만을 생각하고, 자국의 철수로 인해 적대국이 필요한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길을 열어주었다는데 있다(즉 ①만 고려하고 ②와 ③을 생각하지 못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이 카자흐스탄, 이란의 석유와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에 대해 다들 알고 있었고, 브레진스키조차 중국의 중앙아시아 자원 확보에 관심을 보였다. 뛰어난 지정학자라면 당연히 이런 움직임을 관찰하고, 중국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워싱턴에 조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와 같은 조언을 하지 않았으며, 몇몇 학자들은 “행운섬”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미국이 전세계에 개입하지 않아도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다는 (역사를 아는 이들이라면 누가 들어도 황당한) 주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식민지 독립 이후 대영제국이 계속 강대국 지위를 유지했는가?). 2020년 1월, 솔레이마니의 죽음으로 인해 중국과 이란은 25년 전략 협정을 채결했으며, 자신들이 필요한 자원(석유, 천연가스)을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 지도부가 왜 워싱턴을 두려워하겠는가? 우리는 이란과 전략 협정을 채결한 직후, “말라카 딜레마”가 중국 공문서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전쟁 영웅을 죽임으로써 “심장지대” 국가(중∙러 군사협력체)와 해양세력 간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시대로 가는 대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 중요했던 까닭은 이 지역이 중국과 이란의 최단거리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수 있는 지역이자, 시베리아 남부에서 인도양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국에게는 자원 안보 이익이 걸린 지역이고, 러시아에게는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와도 같다(즉
적대국이 필요한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과 직결된다). 이 지역에서의 철수는 스파이크먼 이래 패권전략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요,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이 필요한 자원을 마음껏 얻게 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대영제국과 제정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 이래, 어떤 해양세력도 “심장지대” 국가가 “반월지대”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한 다음 해양까지 진출하게 방치하는 경우는 없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철수는 미국이 적어도 중동과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등지의 패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것은 패권 전략이 아니다. 미국이 더 이상 패권을 유지할 의지가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다. 물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병력을 철수시킨다 하겠지만 필리핀에서 소규모 미군 부대가 상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에서 어떤 병력 이동도 없었으며, 올해 미국 국방 예산에서 육군 예산은 1% 증가했을 뿐이다. 나아가 미군에서 개발을 계획한 무기체계 사업을 포기하거나 유보하는 경우가 속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인가? 때로는 워싱턴의 정치적 수사보다는 예산 집행과 행동을 통해 진의를 판단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자이한의 주장대로 미국은 셰일가스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패권은 경제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며, 이 같은 지정학적 요소에는 잠재적 적국이 자신들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대영제국이 한반도가 석유 산지라서 거문도를 불법 점거했는가? 런던의 정치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의 희토류 때문에 제정 러시아의 헤라트 점령을 막았는가? 때로는 자국의 현실적 이익만큼이나 적대국이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세계 패권이라는 왕관은 값을 치룰 수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월계관과도 같다. 과거 대영제국이 더 이상 세계 패권의 값을 치루지 못했기에 패자 자리에서 물러난 것 같이 미국도 이제 왕관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것 뿐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같은 전세계적 패권국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나는 어렵다고 본다), 적어도 미국의 중동 철수로 인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이 미국 못지않은 인구∙자원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 좋다. 워싱턴의 정객들은 이들을 막겠다고 외치겠지만, (지금까지의 자료만 놓고 보면) 단기간 내 이들의 팽창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 지역 강국과 협력하거나, 다른 세력과의 군사적 연대를 통해 잠재적 적국의 팽창을 저지할 것이다.

왜 메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을 끝까지 반대했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어쩌면 노장은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알았을지도 모른다. 아쉬운 점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끝내 막지 못했다는 점이고, 이제 미국은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리고 슬픈 사실은 대가를 다 지불하려면 못해도 9년 정도 남았다는 점이다(지정학적 정책 실수는 만회하는데 10년 걸린다). 이 9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개는 아닐 것이다. 물론 미국에게 불리하다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유리하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9년은 일원화된 국제질서가 무너지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불현듯 이런 말이 내 뇌리속에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하나만 아는 사람이다.

오만 생각이 다 드는 밤이다.




만일 저 기자의 글이 아래와 같은 가능성을 점쳤다면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대립 격화.

부족주의에 입각한 중앙아시아 국가의 대립 격화(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하지만 ①의 경우, ⓐ중∙러 군사협력체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세계섬”에서 미국을 몰아냄)를 달성한 이후, 더 이상 정치적 연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거나 ⓑ미국이 중∙러와 동시에 싸우는 전략을 수정해 어느 한 나라와 세계 패권을 나눌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②의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대립과 충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베이징은 정치적 개입을 최대한 피하면서 자신들의 자원 안보 관련 시설물 보호를 요청할 것 같다. 우리가 미얀마에서 보았듯이 말이다.

우리는 미국의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비록 대리전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패배했고, 이 패배가 가져올 충격파는 단순히 셰일가스라는 한때의 키워드가 덮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것이다. 당장에 인도차이나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어찌 바라볼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단기간 내 미국은 “세계섬”에서 나토와 서태평양 집단안보체제 국가를 제외하고는 믿을 만한 협력자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미국이 자신의 협력자를 찾지 못할 때,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경제적 이익(주로 중국)과 군사적 압박(주로 러시아)을 매개로 “세계섬”에서 자신들의 지정학적 통치를 확립해 나갈 것이다. 이중에서도 제일 위험한 지역은 타이완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다. 금융 시장과 자원 시장에서 달러의 대체제를 찾은 푸틴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일은 곡물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재점령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러시아의 유럽 진출을 막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①키신저와 브레진스키와 같이 중국과 지정학적 연대를 맺으며, 중국의 “캉글리 벨트(시르다리야강 북쪽의 중앙아시아 국가들)” 진출을 지지한다(이 경우, 미국은 중국의 타이완 합병을 묵인해야 할 것이다).

②중∙러 군사협력체와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대신 미국 본토는 핵 공격을 받는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백악관에게 달려있다. 다만 맹자께서도 아래와 같이 말씀하신 바 있다.

“생선 요리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곰 발바닥 요리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원래 세상 일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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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신장 기업들을 제재한 이래, 우리 학계에서 위구르족 연구가 다시금 활발해지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연구 성과들을 볼 때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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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구르족 문제는 이 글에서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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